▲ 현대증권.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증권이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그룹 측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현대그룹은 시종일관 부인해오던 현대증권 매각 가능성을 지난해 12월 인정했다. 당시 현대그룹이 밝힌 자구책은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의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총 3조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 매각하겠다더니 부실계열사 지원 의혹

하지만 최근 현대증권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자구책 발표 당시 결연했던 태도와 너무나 다르다.

현대증권은 최근 현대엘앤알이 새로 발행산 61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전액 인수했다. 매각을 앞둔 회사가 계열사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12년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현대엘앤알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누적결손금이 460억원에 달하는 등 담보가치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현대증권의 역주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2월 31일 계열사 현대유엔아이의 유상증자에 2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도 62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현대증권 자체도 적자 상태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지원에 무려 870억원가량의 자금을 썼다.

이는 매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 의지를 번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현대증권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증권은 부실계열사 지원을 통해 오히려 출자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자구안 실천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한 “현대증권은 대주주를 위해 ‘자금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을 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입장은 다르다.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으며, 적법한 투자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측 관계자는 “현대엘앤알 사채를 인수한 것은 투자 개념이며,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왜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문제가되는 부분이 있다면 금융당국이 먼저 지적을 했을 것이다. 매각 의지가 없다는 것은 루머에 불과하고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현대증권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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