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지분 대거 처분에 경영권 매각설 증폭, 행남자기 "사실 무근" 해명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행남자기(회장 김용주)가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오너일가가 보유 지분을 대거 팔면서 '경영권 매각설'이 제기됐기 때문. 행남자기 측은 "매각 추진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지분 매각 배경을 두고 여전히 의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남자기는 토종 도자기업체로, 지난 1942년 김창훈 회장과 김준형 회장 부자가 창립했다. 현재는 김용주 회장 체제 아래 그의 아들인 김유석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면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내 유일한 상장사인 이 회사는 최근 '실적 악화'에도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이 같은 주가 급등에는 유상증자, 신규사업 검토,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

◇ 오너일가 지분 매각 자금 사용처는? 

최근 행남자기는 오너일가가 지분 20% 가량을 매각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용주 회장의 모친 김재임 씨는 지난 12일 보유 지분 10.52%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매각했다. 주당 매각단가는 3,000원으로, 김씨는 현금 19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태성 사장도 같은 날 보유 지분 10.52% 가운데 5.96%를 장외에서 팔았다. 김 회장의 또 다른 동생인 김태형 씨와 김흥주 씨도 보유 지분 중 각각 3.31%와 0.83%를 매각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에는 오너 일가인 김태수 씨와 김태우 씨가 각각 0.36%와 0.01%를 팔았다.

이로써 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측이 보유한 지분은 종전 58.68%에서 38.06%로 줄었다. 김 회장 일가는 지분 매각으로 37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상대방은 경영컨설팅 회사인 이엘글로벌컴퍼니가 추천한 개인 투자자들로 전해졌다. 

오너일가의 대규모 지분 매각 소식에 증권업계에선 '경영권 매각설'이 불거졌다. 행남자기가 오너 지분 20% 가량을 인수한 개인을 상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경영권 매각설'을 부인했다. 행남자기는 16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대주주 지분 일부를 장외매도 하였으나, 경영권 매각 추진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신규사업에 투자되나

다만 회사 측은 오너일가의 매각 배경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매각 배경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 매각 자금 활용처 역시 마찬가지"라며 "다만 우호지분이 40%가량 되고, 지분 매각 대상이 개인들이기 때문에 경영권 상실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너일가의 매각 대금이 신규사업 투자에 쓰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행남자기는 실적 부진을 타개할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행남자기는 최근 해외 식기 브랜드에 밀려 매출이 꾸준히 감소세에 있다. 2011년 536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60억원으로 14%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17억원에서 29억원으로 적자규모가 늘었다.

2010년 초반 30%를 넘던 국내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5%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6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전남 목포의 2만5580㎡ 규모 토지를 14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회사의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경영진들의 리더십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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