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산업은행 STX그룹 부실 대출 혐의로 징계 방침

 ▲금융당국이 STX그룹 관련 STX그룹의 부실 대출 정황을 포착했다. 사진은 산업은행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좌).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산업은행이 STX그룹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STX그룹 부실의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냈던 산업은행은 최근 ‘부실 대출 의혹’에도 휘말렸다.  금융당국은 STX그룹 관련 산업은행의 부실 대출 정황을 대거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STX 대출 과정에서 심사 소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STX그룹 부실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와 추가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 대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TX 대출 건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한 뒤, 최근 추가 검사를 해서 부실 정황을 발견해 관련 임직원들을 징계하려고 한다”며 “징계 수위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산업은행에 대한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강만수 당시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까지 문책하진 않을 것이지만, 나머지 고위 임원들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종합검사와 추가 특별 검사를 통해 STX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관련된 대출 전반을 다시 들여다봤다.

강 전 회장은 횡령 및 배임, 분식회계, 사기성 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2,841억원 배임과 557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함께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이를 이용해 9,000억원의 사기성 대출과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도 있다.

검찰 조사 결과, STX조선해양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3,264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 STX조선해양이 허위 재무제표를 산업은행 등에 제시하고 대출받은 금액만 9,000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최근 STX조선해양의 회계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에 대해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거액의 대출 심사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실적 악화에 이어 징계위기에 놓이게 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산업은행은 STX그룹 부실 여파로 지난해 13년 만에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만 1조4,000억원에 이른다. STX그룹 계열사들의 경영난으로 산업은행은 대규모 자금 지원과 함께 대손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산업은행의 대손충당금은 1조7,731억원(대손비용 약 2조2,000억원)으로 2012년 7,825억원보다 9,906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 측은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6월과 8월, 올해 4월까지 STX그룹과 관련 종합 검사와 특별 검사를 벌였다”며 “현재 검사 결과가 통보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강덕수 전 회장이 분식 및 사기대출 혐의로 기소되면서 갖가지 추측성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 '부실대출'에 발목 잡힌 산업은행

산업은행은 최근 여신심사 과정에서 업무소홀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내부 부실이 연달아 드러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자체 부실 여신 감사에서 ▲여신 승인신청서 작성 및 대출 약정서 작성 업무 태만 ▲근저당권 설정 업무를 수행하는 법무법인 선정 과정에서 소홀한 점 등을 적발했다.

도쿄지점에서도 ‘업무상 부실’ 사례가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 도쿄지점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대출 담보 비율 산출 오류, 담보 물건에 대한 화재 보험 부보액 산출 및 보험료 납입 확인 미흡 등의 문제점을 적발해냈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대한 부당 대출로 특검을 받고 있는 처지다. 산업은행은 2012년 말 ‘세월호’를 담보로 청해진해운에 100억원대의 대출을 해줬다. 당시 청해진해운의 부채 비율이 280%에 이를 정도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산업은행은 ‘청해진해운’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대출을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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