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평균 분양가 3800만원을 기록한 '아크로리버파크'의 모형,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단지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시행을 시작으로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국회 업무현황보고에서 “분양가 상한제 탄력시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현 시장과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정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의 일이다.

분양가 상한제란 아파트 등 분양가를 산정할 때 택지비용과 기본형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더해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정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심의를 받아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5년도에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건축되는 아파트에 처음 도입되어, 2007년도에는 민간택지에도 확대 시행됐다.

기존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더불어 대표적인 ‘대못 규제’라고 꼽는다.

정부와 여당은 아파트 등 모든 공동주택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온 현행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바꾸면 주택거래가 자연스럽게 늘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선별적인 분양가 자율화는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이 없고 부작용만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시장'만이 가격 결정할 수 있어

정부와 여당이 분양가 자율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침체기를 맞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반등시킬 최적의 방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한 것처럼 분양가 상한제도 등이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서 현재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규제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에 제한이 생기면 기존에 건축된 아파트의 가격이 신축 아파트의 가격보다 아래에서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에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효과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띄던 2005년도에 급격히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위해 시행한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정부가 필요에 의해 순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장이 안정으로 접어든 현재까지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과거 중대형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격히 상승했다면 현재는 실수요가 있는 중소형 아파트가 시장을 이끌고 있어 전처럼 분양가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선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기 어려운 점도 상한제 폐지 주장에 근거를 더한다. 따라서 분양가 자율화로 다양한 수요에 맞춘 아파트가 공급된다면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한다.

▲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거래현황,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전년동기에 비해 거래량이 늘었지만 5월에는 감소했다.

◇ 건설업체 등 일부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

정부와 여당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천천히 정상화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또다시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주택거래현황이 작년 동기에 비해 평균 30% 상승했고 매월 주택거래건수도 5월을 제외하고는 작년에 비해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2월 이후로 줄어든 주택거래건수도 정부의 ‘주택임대차 시장 정상화’ 정책과 세월호 참사 후 위축된 투자가 원인이지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

장기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시장개입을 줄여나가는 것에는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집값의 안정화를 통해 서민들의 주택마련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또 분양가의 상승으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한다고 해도 실수요가 없어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가 청약률 20대 1을 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많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비인기층까지 모든 판매가 완료됐지만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급등시켰음에도 높은 분양가 부담과 실수요가 적어 초기 계약은 적었다는 후문이다. 또 계약을 하더라도 높은 분양가 부담으로 분양권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아파트를 14억에 구입한 투자자는 “계약에 들어간 비용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반대가 기본 방침이지만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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