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여성복 JP 컨쇼시엄에 225억원 매각 … 중국사업 EnC 데코 남겨둬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여성복 계열사 데코네티션을 전격 매각하기로 했다. M&A 강자로 불리며 수많은 기업 인수에 나섰던 이랜드가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드문 일이라, 그 배경에 업계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4일 데코네티션의 보통주 지분 75.93%와 우선주 지분 100%를 총 225억원에 JP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JP컨소시엄은 JP어드바이저와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웰메이드예당으로 구성돼 있다.

데코네티션은 ‘데코’ ‘EnC’ ‘96NY’ 등 백화점에 입점한 여성복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랜드는 EnC와 DECO 중국 사업부문을 제외하고, 다른 브랜드들의 국내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이랜드 “SPA 위주로 개편”

이번 매각 배경에 대해 이랜드 측은 “그룹의 패션사업을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위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며 “신발부터 속옷에 이어 주얼리, 핸드백, 모자까지 전 부문을 SPA로 전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랜드 관계자는 “EnC와 DECO 중국 사업 부문은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며 “앞으로 국내 사업은 중저가인 SPA브랜드 위주로, 중국은 SPA와 고가브랜드를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 배경과 관련해 다른 해석도 나왔다. 데코네티션이 기대만큼의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매각 결정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다.

이랜드는 지난 2003년 데코를 106억5,000만원에 인수했고 2006년에 네티션닷컴을 21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0년에는 두 여성복 전문기업을 합병해 데코네티션으로 출범시켰다. 이랜드가 이 업체를 인수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급 여성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데코네티션은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부진한 경영 성과도 영향 미쳤나

2011년 1,904억원이던 매출이 계속 줄어 지난해 1,326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엔 49억원 영업 손실도 기록했다. 데코네티션은 지난해 부채총계 657억원, 자산총계 3,17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07.2%에 달했다. 업계 안팎에선 작년부터 이랜드가 데코네티션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선 데코네티션을 시작으로, 시너지가 부족한 계열사에 대해 정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불거지고 있다.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부진한 회사들이 정리한 것 아니냐는 것. 이랜드는 거침없는 M&A로 사세를 확장해왔으나, 부채비율이 올라가면서 재무악화 우려를 사왔다. 그룹의 부채 비율은 20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채무계열로 새로 지정돼 채권단 관리까지 받게 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이랜드그룹 23개 계열사의 부채총계는 4조2,226억원, 자본총계 2조1,393억 원으로 평균 부채비율이 197.4%인 것으로 집계됐다. 계열사 4곳 중 1곳은 청산 중이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스포츠는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며 농업회사 법인맛누리, 리드온, 와팝, 이랜드크루즈, 투어몰 등 5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업계의 이런 시선에 난색을 표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테코네티션의 경우, JP컨소시엄이 먼저 관심을 보여와 지난 4월부터 매각 절차가 진행된 것 뿐”이라며 “추가적으로 매각을 논의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재무건전성 우려’에 대해선 “자본 잠식 회사는 대부분이 소규모 자본의 회사이고, 그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이랜드는 지난해 많은 대기업 집단들이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6,000억원대 흑자를 내는 등 건실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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