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변사체로 발견되자 7·30 재보선을 8일 앞둔 여야의 셈법은 복잡해 졌다. 사진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한 박모(77)씨가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7·30 재보선을 8일 앞두고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공적이 돼버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당초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22일 하루 앞두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세월호 참사의 최종책임자를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보여준 것. 하지만 유 전 회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하루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시신 확인만 40일이 걸렸다는 점에서 검찰은 그 시간 동안 헛물 수사만 계속 하고 있던 셈이다.

◇ 여 “국가 개조론” vs 야 “정권 심판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은 당장 대여 공세에 불을 지폈다.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신뢰의 위기”를 지적한 것.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다. 발표대로라면 유병언도 죽고 진실의 한 조각도 땅에 묻혔다”면서 “생포는커녕 시체를 은신처 코앞에서 발견해놓고 40일간 방치한 어이없는 정권, 어이없는 법무장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여당은 정부가 아닌 경찰의 무능으로 선긋기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시장 앞에서 박맹우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며 “유병언인지 아닌지 제대로 맞추지 못한 무능한 경찰이 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생겼던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힘을 받아서 이런 관행적인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우리나라 부패문화를 확실히 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 심판론’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가 대개조론’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서로 다른 해석으로 맞섰지만, 여야 모두 선거 승리를 위한 셈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의 선거 승리를 필수 조건으로 내세웠고, 새누리당 역시 박 대통령의 국가 대개조론 실현을 위해선 여당의 선거 승리를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내 사정은 복잡하다. 유 전 회장의 사망을 둘러싸고 각종 음모론이 제기될 만큼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재보선에 미칠 여야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측에선 야당의 주장대로 정부의 무능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고,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선 재보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뺏긴 것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통상 재보선은 투표율이 저조한데다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데, 모든 이슈가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묻히면서 정작 재보선의 열기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재보선 투표율이 40%를 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선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 ‘유병언 사망 음모론’에 여론 추이 촉각

앞서 유 전 회장의 검거 여부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변수 중 하나로 꼽혔다. 선거 전 유 전 회장을 체포할 경우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때문에 야당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흘렀던 게 사실이다. 실제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유병언의 체포를 지방선거에 이용하지 말라,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며 선거 직전 ‘유벙언 일가 일망타진’을 우려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 전 회장의 검거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 그의 입에서 정부나 여당 고위층과 관련된 어떤 폭로가 나올지 몰라 검찰이 일부러 체포시기를 선거일 이후로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그의 거미줄 인맥과 ‘유병언 리스트’에 대한 조사는 어려워졌다. 음모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재보선을 8일 앞둔 시점에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여야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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