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했던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뜻에 따라 서울 동작을로 방향을 틀면서 정치 시작과 함께 위기에 봉착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서울 동작을 대신 끝까지 광주 광산을 출마를 고집했더라면 어땠을까.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을 받은 이후 험난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20년 지기 등에 비수를 꽂아야 했고, 출마 번복으로 가족들에게 심적 부담을 안겼다. 실제 기 후보는 광주 출마를 결심한 뒤 가족들과 함께 광주로 내려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이후 예비홍보물, 개소식, 출마선언까지 모두 마쳤으나 갑작스레 통보된 동작을 공천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공천 파문은 기 후보의 출마회견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랫동안 동작을 출마를 준비해왔던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불쑥 나타나 마이크를 빼앗고 “기 후보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회견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고, 기 후보는 조용히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딱히 할 말이 없던 그였다. 다만 허 전 지역위원장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 꼬여버린 지역구 “할 말은 많지만…”

하지만 출마를 포기하진 않았다. 그는 국회를 빠져나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14년간 지역에서 헌신해 온 사람의 절규를 이해한다”면서도 “저런 절박한 마음을 알면서도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저의 생각도 있다. 큰 길에서 하나 되어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칩거 닷새 만에 내린 결론이었다.

당초 기 후보는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서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과정과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 때문에 국민이 받아들이기에 부자연스러움이 컸다. 둘째, 광주 출마 계획으로 준비해오던 터였다. 이제와 지역을 바꿔 출마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셋째, 지역에서 성실히 출마를 준비해온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였다. 더욱이 허 전 지역위원장은 기 후보와 오랜 시간 형님동생 해오던 사이였다.

기 후보의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당내 486의원들의 ‘입김설’이 제기됐지만, 오히려 이들은 “정치를 처음 출발하는데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동작을 출마를 하는 게 우려가 된다”며 출마 포기를 권유했다. 기 후보도 인정했다. “내려놓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했다.

반면 기 후보의 출마를 독려하는 주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를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하는 기 후보는 추후 “엄중한 시국에 벌어지는 이 선거에 책임 있게 임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 것이라는 생각과 “지금 이 요청을 피하면 나중에 무슨 상황을 맞이해서 어떤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마음을 돌렸다.

▲ 서울 동작을 승리를 위해 기동민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으나 단일화 방식에 대한 서로 입장이 달라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른 여론이 기 후보에게 불리해지면서 또다시 곤욕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사실상 기 후보의 희생이었다. 힘든 결정을 앞두고 소위 운동권 선배들을 만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기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문의 당사자로 서 있다는 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했다”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 그저 감당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그것 또한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기 후보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이면서 광주 광산을은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게 됐다. 사실상 권 후보는 당선이 보장된 상태다. 현재 재산 축소 신고, 경찰관 시절 모해 위증 혐의, 변호사 시절 위증교사, 연세대 법학석사 학위 무더기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당선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권 후보의 전략공천에 따른 후폭풍으로 텃밭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이번 선거의 악재로 작용됐다.

권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기 후보의 선거구인 서울 동작을까지 영향을 미쳤다. 기 후보는 허 전 위원장과의 갈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데 이어 또다시 ‘권은희 공천 파문’에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한계도 드러났다. 기 후보는 선거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줄곧 ‘박원순 마케팅’에만 의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려던 계획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 반대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과반을 넘나들자 결국 야권연대 수순을 밟게 됐다.

문제는 여론조사상 기 후보의 경쟁력이 노회찬 정의당 후보에게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노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경우 나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 가능하지만, 기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경우 나 후보와 오차범위를 벗어난다. 단일화 협상에 있어 여론조사는 노 후보가 유리한 셈이다. 때문에 기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시한이 촉박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 이에 기 후보는 ‘담판’에 의한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으나 노 후보는 “통상하는 여론조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은 상태다.

◇ 노회찬에 여론 밀리며 단일화 난항

사실상 여론에 밀리는 기 후보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노 후보가 사전투표 전날인 24일까지 단일화에 실패하면 본인의 후보직 사퇴와 기 후보의 지지를 약속했으나, 단일화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공교롭게도 기 후보의 ‘시간끌기’로 보여 지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에선 “기 후보가 노 후보에게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어 기 후보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기 후보가 고민이 깊은 이유다.

앞서 기 후보는 노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저는 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다. 당에서 책임 있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아직까지 답이 없다. 두 공동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당대당 단일화 협의 제안에 침묵으로 사실상 거부하며 ‘기동민 지키기’에 나섰으나 노 후보의 승부수에 허를 찔린 모습이다.

두 대표가 나서 당대당 협상으로 이어질 경우 기 후보는 자칫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연대로 승리가 점쳐지는 박광온 후보를 위해 ‘기동민 카드’를 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 후보는 단일화 이후에도 승리가 불확실하지만 수원정에 출마한 박 후보가 천호선 정의당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지지율 격차를 벌이며 승리를 점칠 수 있어서다. 다만 두 대표는 ‘기동민 카드’를 선택하기 위해 치렀던 공천 파문과 책임론이 불거질 게 우려돼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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