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5년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노사가 임금협상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5년째 동결된 임금이 비현실적이라며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채권단에 임금 동결을 약속했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임금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곧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쟁점으로 이어져 귀추가 주목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 측은 임금 10% 삭감과 임금 5% 및 상여금 200% 반납에 합의했고, 워크아웃 기간 중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후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2년 1,3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2013년에도 1,0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5년 전 수준에 머물러있다. 입사 1~2년차인 신입사원의 경우엔 간신히 최저임금 수준에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워크아웃 돌입 당시 임금을 삭감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임금이 5년째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다들 너무 고통스러운 상황이다”라며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워크아웃 시작 당시 동의서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도 5년 동안 임금을 동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워크아웃 기간 중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했기 때문에 임금 인상은 불가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전했다.

◇ 임금은 동결, 해외투자는 박차?

앞서 밝힌 대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회사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이라는 이유로 5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가 최근 공격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섰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8년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에 타이어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은 워크아웃 돌입으로 공사는 중단된 상태였다.

▲ 금호타이어 미국 조지아공장 조감도. 금호타이어는 이달 초 채권단의 투자 승인을 받아 조지아공장 건설을 재개했다.
금호타이어의 미국 조지아 생산공장 건설은 총 4억1,300만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연간 4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워크아웃 중이긴 하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계획과 글로벌 환경, 타이어 업계의 공격적인 확장 등을 고려하면 투자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이는 채권단에서도 인정했고, 정상적으로 승인을 받아 진행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순서가 잘못됐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영내실화를 다지고,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투자에 나서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노동자들이 5년 동안 임금 동결로 고통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정상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한 뒤 해외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이 쟁점으로 부각된다. 워크아웃을 졸업해야 노동자들의 임금도 정상적으로 돌아설 수 있고, 공격적인 해외투자에 대한 내부의 반발과 불신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은 전적으로 채권단의 판단에 따라야한다”며 “금호타이어의 모든 구성원들은 워크아웃 졸업을 원하고 있다. 노조 측과 최대한 협력해 좋은 노사관계를 보여주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 역시 “워크아웃 졸업은 금호타이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측은 워크아웃 졸업 계획이나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정보를 노조에 밝히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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