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그룹의 본사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커피믹스 시장 1위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거느린 동서(주)의 주가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2주간의 주식변동을 살펴보면, 지난 16일 1만6,550원대(종가기준)에 거래되던 동서는 오름세를 보이더니, 30일 장중 한 때 1만9,800원까지 올랐다. 업계에선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어온 ‘고배당 기조’와 ‘거피 가격 인상’ 대한 기대감 등이 주가 상승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주가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사이,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이 보유 주식의 일부를 매각해 64억원의 현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주가 호조세 …김상헌 회장 주식 팔아 64억 현금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상헌 회장은 7월 14일부터 29일까지 10거래일 동안 보유 주식 38만6,614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매도가는 주당 1만 6,580원~1만 8,380원으로, 김 회장은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약 64억원의 현금을 챙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써 지주사 동서의 최대주주인 김 회장의 지분율은 22.96%에서 22.57%로 줄었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7.4%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매각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의 주요 주주로는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20.19%), 김 회장의 장남 김종희 전 상무(9.45%)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지분 처분 배경과 사용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뒤이어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우선 지난해 ‘무상증자’로 늘어난 보유 주식을 호재가 있을 때 팔아 차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동서는 지난 18일 커피의 출고 가격을 평균 4.9%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서는 지난해 2년연속 고율의 무상증자를 진행했다. 2012년 주당 1주를 배정한데 이어 지난해 주당 0.69주의 비율로 무상증자를 실시해 신주 4,052만4080주를 발행했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자본잉여금 일부를 떼어 주식을 발행한 뒤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로선 유통 주식수를 확대하면서 사내 유보자금을 자본금으로 전환시켜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고, 주주들에게는 배당보다 더 큰 혜택을 안겨 줄 수 있다. 주식 배당과 달리 무상증자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 무상증자 후 주식 매도… 경영 승계 준비 포석?

지난해 무상증자로 김 회장이 받은 주식은 934만여주다. 김 회장은 이중 일부를 팔아 64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동서의 무상증자와 김 회장의 지분 매각이 ‘경영권 승계 준비의 포석 차원’이란 해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무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수를 늘리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의 포석을 마련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동서는 오너 일가가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3세들이 지분을 늘리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무상증자를 통해 유통주식을 늘리면, 3세들의 지분 매입이 좀 더 용의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동서의 무상증자를 두고 ‘3세 승계를 염두에 둔 유통 주식 늘리기 작업’이라고 해석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여기에 업계에선 김 회장이 보유주식 일부를 장내매도해 현금으로 증여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창립자인 김재명 명예회장은 2006년 12월 8일 보유주식 111만주 전량을 한꺼번에 장내 매도해 261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후 이를 3세들에게 현금 증여한 바 있다. 김 명예회장의 증여현금과 합쳐 총 421억원이 동서가 3세들의 지분 매입자금으로 증여됐다.  

 
하지만 동서 측은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동서식품 홍보팀 관계자는 “김상헌 회장님이 어떤 이유로, 지분을 매각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승계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 승계와 관련돼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그런 분위기조차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안갯속 후계구도 … 물밑에선 준비 작업?

실제로 동서그룹의 후계구도는 현재로선 안개 속 분위기다. ‘후계자’로 거론됐던 김상헌 회장의 장남인 김종희 전 상무는 지난해 돌연 회사를 떠났다. 최근 몇 년간 ‘증여’와 ‘지분 매입’을 통해 지주사인 동서의 지분율을 9%대까지 끌어올리면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아가던 중이었기에 그의 퇴사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올 3월에는 김상헌 회장마저 동서의 등기이사에서 사퇴하면서 후계 준비 작업이 ‘브레이크’ 걸린 모습이다. 동서는 김 회장의 사퇴 후 ‘전문경영인체제’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쪽에서 후계를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김 회장 일가가 회사경영에서 손을 뗀 것을 두고, “잠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동서그룹은 ‘고액배당’과 ‘일감몰아주기’, ‘편법 증여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김 전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성제개발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또 지난해 초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란 관망이 나왔다. 지난 3월에는 금융당국 공시 감독국이 동서의 대주주 주식 이동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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