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이 2년 만에 ‘금호고속 되찾기’에 나선다. 그룹의 모태기업인 만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재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제3자 인수’를 경계하고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호고속의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 PE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는 지난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를 매각주관사로, 안진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 준비에 나섰다.

앞서 지난 2012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난에 빠지자 금호고속 지분 100%와 서울고속터미널 39%, 대우건설 12.3%를 묶어 9,500여억원에 사모펀드에 매각해야 했다.

이 중 금호고속 지분의 매각 대금은 3,345억원이었다.

 2년간 매각제한이 걸려 있던 금호고속은 이달 중 매각제한이 풀리면서 이번 달 안에 새로운 주인을 찾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강력한 인수 후보는 ‘우선 매수권’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매각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인수’를 염두에 두고, ‘2년간 매각 유예’와 ‘우선매수협상권’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현재 우선매수권은 금호산업에서 금호터미널로 넘어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다. 금호고속은 지난 1948년 故(고) 박인천 창업주가 광주에 처음 세운 회사(옛 광주여객자동차)로, 금호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박인천 창업주는 ‘금호고속’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일궈냈다.  

◇ '모태기업' 인수로 정통성과 입지 재확립 
 
이 때문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호고속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말해왔다. 지난 6월 열린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 추모식에서도 ‘재인수’의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를 통해 정통성을 재정립하고, 자신의 입지 또한 다질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2010년 초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말부터 각각 금호산업과 금호아시아나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하지만 ‘경영 실패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여기에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등 불안 요소들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의 ‘금호고속’ 재인수는 불안한 입지를 다지고 적통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또한 경영 측면에서도 ‘금호고속’은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5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꾸준하게 이익을 창출하는 ‘알짜 회사’다. 현금보유액이 많은 데다 고속버스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업이기도 하다. 

◇매각 가격이 관건… 금호아시아나 인수 경쟁 가열 경계

하지만 인수 과정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매각 가격이다. 업계에선 금호고속의 매각가치가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금호고속의 현금창출력과 발전 가능성, 고객 충성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가격 경쟁으로 가격이 6,000억원을 호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 측은 지난주 잠재적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티저 레터(Teaser Letter·투자 유인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발송 대상에는 MBK·보고펀드 등 다수의 사모펀드(PEF)가 포함됐다.

금호고속의 몸값이 높게 평가받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빨리 경계에 나섰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터미널 부지임대를 통해 약 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둔 상황이지만 인수가격이 더 올라간다면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고속 M&A, 금호아시아나 아닌 제3자 인수시 걸림돌 산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과도한 인수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 보도자료에서 “인수 가격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제3자가 인수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 전남 지역민 및 금호고속 임직원들의 정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우선매수권 보유, 금호 브랜드 사용 불가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등 제 3자 인수 시 여러 걸림돌이 상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금호고속은 호남을 대표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기업으로 타 그룹이 정서상 인수하기 부담스러운 매물이라는 게 금호 측의 설명이다. 지역민과 임직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란 것이다. 

여기에 제3자가 인수할 경우 ‘금호’ 브랜드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럴 경우 금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호남지역에서 고객 지지층이 약화될 것이란 것이 금호 측의 생각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고속’은 애초부터 다시 인수할 생각으로 매각을 한 것”이라며 “반드시 인수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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