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쿠전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쿠쿠전자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쿠쿠전자의 상장 뒤에 ‘가업 승계’라는 진짜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쿠전자는 지난달 22일, 창립 36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의 상장 계획은 시장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밥솥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기록하며 1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등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공모 청약경쟁률 175대 1은 쿠쿠전자 상장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그대로 보여준 부분이었다.

쿠쿠전자는 상장 계획을 발표하며 해외진출과 국내 사업분야 확대를 배경으로 밝혔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쿠쿠전자는 쌀 문화권인 아시아에서는 밥솥에 주력하고, 유럽에서는 다양한 조리 기능을 갖춘 ‘멀티쿠커’에 주력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 장남에겐 경영권, 차남에겐 거액 현금 물려준 ‘상장’

하지만 쿠쿠전자가 내세운 배경은 구실에 불과할 뿐, 실제 목표는 원활한 ‘가업 승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쿠쿠전자의 상장 방식은 100% 구주 매출로 진행되며, 상장예정주식의 25%인 245만840주가 공모된다. 따라서 상장을 통해 회사가 확보하는 신규자금은 없고, 지분을 내놓은 주주에게 자금이 돌아간다.

쿠쿠전자의 대주주는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 사장으로, 33.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차남 구본진 씨는 29.36%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상장에서 구본학 사장은 지분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16.84%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던 쿠쿠전자는 0.46%만을 내놓았다.

반면 구본진 씨는 자신의 지분 중 14.36%를 내놓았다. 이는 전체 공모주의 60% 수준이다. 따라서 상장이 ‘대박’을 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은 구본진 씨가 된다. 공모가 상단인 10만4,000원을 기준으로하면 무려 1,529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지분을 내놓지 않은 구본학 사장 역시 핵심 수혜자다. 그는 33.10%의 지분을 지키며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됐다. 또한 쿠쿠전자가 상장 첫 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자산 가치 역시 크게 상승했다.

결국 쿠쿠전자의 상장은 해외시장 진출보단 두 형제를 향한 경영권 및 현금 승계라는 측면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가업 승계’ 시나리오가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그 방식 또한 매우 전형적이었다.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를 높인 뒤 합병을 하는 방식이다.

쿠쿠전자는 지난 2012년 두 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던 쿠쿠홈시스와 합병했다.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의 주력 제품인 쿠쿠 밥솥의 유통과 판매를 담당한 자회사였다. 합병 당시 두 형제는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쿠쿠전자 지분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1년 반 만에 상장을 추진, 이제는 경영권·현금 승계를 완벽히 마무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쿠쿠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편법 승계 논란은 떼기 어려운 꼬리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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