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공단과 담배회사 사이의 손배소 첫 재판이 내달 19일 부터 시작된다. 흡연과 질병사이의 인과관계의 인정 여부가 재판의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건강보험공단이 국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첫 재판을 앞두고 승소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4월14일 담배회사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537억 원의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의 시간끌기 대응 의혹이 있는 가운데 4개월이 훌쩍 넘어 첫 변론기일이 잡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 달 12일 오후 2시를 첫 변론기일로 지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4월 대법원은 15년을 끌어온 폐암환자와 담배회사 사이의 소송에서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또 담배회사들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표시상의 결함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어느 특정 흡연자가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비 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흡연과 폐암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또 “제조사인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담배에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제조·설계·표시상의 결함이 없다”며 원고 패소를 선고 했다.

피고인 담배회사들은 답변서에서 "지난 4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담배의 결함이나 담배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더 이상의 판단이 필요 없다"며 "담배연기에 포함돼 있는 화학성분이나 유해물질의 인체에 대한 정량적인 측면에서의 유해성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며 "담배에 존재하는 유해성의 정도는 사회적으로 허용된 위험의 정도에 불과하며 담배의 중독성과 관련해서는 흡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개인의 의지로, 누구나 자유의지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에 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담배와 질병발병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또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 문제는 세계가 이미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공단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법무지원실 안선영 변호사는 "담배회사들의 주장과 같이 담배에 사회적으로 허용된 최소한의 유해성 밖에 없다면 세계보건기구가 흡연의 폐해로부터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라는 국제조약까지 마련해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흡연자가 자유 의지로 그리 쉽게 흡연을 중단할 수 있고, 흡연 피해로 인한 책임 또한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미국 담배회사에게 24조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최근의 판결은 어떻게 내려졌느냐"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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