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 대한 수사 착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우)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금호가 형제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최근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동안 경영권 다툼과 소송 전으로 갈등해온 금호가 형제지만, 상대방을 직접 형사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형제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 박찬구 “형, 부실 CP 돌려막기 책임 묻겠다”

검찰은 박찬구 회장 측이 형 박삼구 회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박찬구 회장 측은 박삼구 회장과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 오남수 전 금호아시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찬구 회장은 고소장에서 “2009년 12월 박삼구 회장 측이 워크아웃 신청을 앞둬 부실이 우려되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발행한 기업어음(CP) 4,200억 원어치를 계열사 12곳에 사게 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박찬구 회장 측의 주장에 따르면, 2009년 재무구조가 악화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CP를 4,200억원 넘게 발행했고 이를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대한통운 등 12개 계열사가 모두 사들였다. 그런데 그해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이 C등급으로까지 떨어져 계열사들이 피해를 봤다.

박찬구 회장 측은 “의사결정권자인 박삼구 회장이 ‘부실 기업어음’을 계열사에 떠넘겨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고발 건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경제개혁연대는 금호산업 등이 발행한 CP를 계열사가 매입한 것을 문제 삼아 박삼구 회장을 고발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시아나항공이 2009년 12월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호산업이 발행한 CP 790억 원어치를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박삼구 회장을 고발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측은 “아시아나항공도 영업적자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부실 계열사 지원에 나선 것은 정상적인 투자로 볼 수 없다”며 “박삼구 회장이 당시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대표이사를 겸했기 때문에 이런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번 검찰 고발 건이 ‘아시아나항공 주주대표 고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 11월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다”며 “엄중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금호석유화학 쪽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양그룹 등의 CP 돌려막기로 파장이 컸는데 이보다 앞서 대규모로 CP 돌려막기를 한 기업이 금호아시아나”라면서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박찬구 회장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박삼구 회장도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고발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반박했다.

금호아시나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도 및 법정관리 등을 피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가 이들 회사의 CP를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CP는 신규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새롭게 발행한 것이 아니라 만기가 돼 연장을 한 것일 뿐”이라며 “만기 연장을 통한 채권 회수가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고 당시 각 계열사 경영진이 판단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의 배임 여부에 대해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동반 퇴진한 뒤 2010년 11월에 복귀했으므로 당시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 추석 앞두고 볼썽 사나운 싸움 '빈축'

이번 고발 건으로 두 형제의 사이가 이미 ‘회복 불능 사태’라는 것이 다시 증명이 됐다.

금호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은 한 때는 우애 좋은 ‘형제경영’을 펼쳤지만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다가 관계가 벌어졌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09년, 경영권 다툼을 벌인 이후엔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이후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지만, 두 형제는 ‘상표권 소송’ 등 다양한 민·형사상 소송 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에도 양측의 분쟁은 계속됐다. 지난 2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가 박삼구 회장의 내부자료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맞서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강력하게 반대해 마찰이 빚어졌다.

여기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두 형제들은 또 다시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재계와 주식 투자시장은 수년간 계속되는 금호가 형제의 갈등에 상당한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두 형제의 갈등이 결국에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호가 형제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때까지 이 싸움을 전혀 멈출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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