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갤러리아와 AK플라자가 ‘백화점업계 4위’라는 타이틀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한화갤러리아는 그동안 굳건히 지켜온 4위 타이틀을 AK플라자에 내어줄 지도 모를 분위기에 처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한화갤러리아가 ‘백화점업계 4위’라는 타이틀을 놓고 속을 끓이고 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AK플라자가 업계 4위인 한화갤러리아를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 특히 AK플라자가 개점 21주년을 앞두고 “빅4로 도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서면서 AK플라자가 ‘빅4’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삼가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자존심에 생채기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그동안 AK플라자와 한화갤러리아는 ‘업계 4위’라는 타이틀을 두고 그간 적잖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실상 국내 백화점업계가 롯데-현대-신세계 ‘빅3’로 굳혀진 상황에서 ‘빅4’ 타이틀은 상당한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누가 ‘4위’냐를 두고 각자의 평가가 갈렸던 것.

◇ 지난해 매출 300억 차이… 자존심 구긴 한화갤러리아

일단 매출로 보면 한화갤러리아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AK플라자는 지난해 2조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2조1,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갤러리아의 매출이 300억원 가량 앞선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한화갤러리아가 ‘업계 4위’인 셈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업계 4위’를 평가하는데 있어 전체 매출액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소비자 접근성이 좋으냐, 즉 ‘인지도’ 차원에서의 주관적 평가를 고려한다. 홍보전략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AK플라자는 이런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AK플라자는 개점 21주년을 앞두고 배포한 공식적인 보도자료에서도 ‘빅4’라는 단어를 적시하며 “백화점업계 ‘빅4’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K플라자가 ‘빅4’라는 타이틀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마케팅을 지속할 경우, 소비자들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AK플라자를 ‘백화점업계 4위’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갤러리아가 속을 끓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한화갤러리아 측은 “명품(프리미엄) 백화점을 추구하는 우리(한화갤러리아)와 AK플라자는 성격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또, 온라인매출까지 모두 포함해서 총매출을 발표하는 AK플라자와 달리 한화갤러리아는 순전히 백화점매출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순위 싸움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한다. 백화점 매출 부분만 놓고 보면 한화갤러리아가 한참 앞선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K플라자의 무서운 성장세를 고려하면 한화갤러리가 짐짓 여유로울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2012년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AK플라자의 2013년 매출은 전년보다 8% 증가했다.

게다가 AK플라자는 지난해 5월 수원점에 식품관 AK푸드홀을 개점한 이후 점포 매출이 16%까지 상승해 한 해 매출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지난 2012년 개점한 원주점이 월평균 17%(2013년 기준)씩 고신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12년부터 일부 점포를 매각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역사가 소유한 서울역 콩코스의 운영을 2012년말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대전 동백점을 이랜드리테일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콩고스점과 동백점 등 두 매장에서만 연간 약 1,000억원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K플라자와의 매출액마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면서 한화갤러리아의 자존심은 적잖이 구겨진 상태다.

AK플라자는 조만간 수원점 증축을 마치고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와 비슷한 영패션 전문매장을 만들 예정이다. 갤러리아 역시 최근 면세점 진출에 진출한데 이어 오는 2016년에는 부산에도 신규 점포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두 백화점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으로 대표되는 백화점 ‘빅3’를 잇는 업계 4위 자리를 과연 누가 차지하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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