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우승준 기자] 20~30대에 초고도비만율이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와 과음 등이 주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비만 관리를 위한 사회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초고도비만과 고도비만은 발생확률이 적어 국내에서 세밀한 분석이 어려웠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일반건강검진 빅데이터 1억여 건을 활용해 고도비만 현황 및 초고도비만에 대해 성, 연령 거주지, 지역별로 분석했다고 15일 밝혔다.

분석 결과, 초고도비만율(BMI≥35)은 2002년 0.2%에서 작년 0.5%로 상승해 12년간 약 3배 증가했다. 고도비만율(BMI≥30)은 2002년 2.5%에서 작년 4.2%로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MI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를 말한다. 이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만도 판정기준이다.

▲ 2002년 대비 2013년 초고도비만율 증가 현황표.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초고도비만율은 전 연령대 중 20~30대가 가장 높았다. 특히 30대(30세~39세)의 경우, 남성은 지난 2002년 대비 4.8배, 여성은 무려 6.3배나 초고도비만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2013년 현재)

고도비만율도 2002년 대비 남녀 모두 20~30대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002년 대비 남성이 2.3배, 여성은 3.0배의 증가배수를 보였다.

◇ 패스트푸드·음주는 비만의 지름길

대한비만학회에선 20~30대 세대에 고도비만이 급속히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1980년대를 거치면서 들어온 ‘패스트푸드’의 보급을 꼽았다. 바쁜 직장인들이 비교적 값싸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식사대용으로 자주 이용하면서 비만 체질로 바뀌는 성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롯데리아의 경우 2012년 1,068개이던 매장의 수는 1,157개로, 80곳 이상 증가했다. 맥도날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12년 292개이던 매장은 작년 344개로 늘어났다. 50개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월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29세부터 62세까지 5,500여명을 대상으로 패스트푸드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패스트푸드에 노출이 심한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층 비만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과도한 음주문화와 자가용 이용률 증가가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음주량이 많으면 비만 확률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알코올은 체내에 들어와서 지방으로 바뀌지 않으며, 식욕을 자극하고 지방의 분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상우 동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80년대 패스트푸드를 처음 접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20~30대 세대는 쉽게 비만에 노출된다”며 “성인이 되면서 스스로 위험요소에 조절이 불가능할 때 고도비만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만 관리를 위한 사회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젊은 세대에 찾아온 비만… 미래에 ‘걸림돌’ 될 위험 높아

▲ 해당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AP
현재 불건전한 식습관을 포함한 위험요소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노출된 상황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 10대 세대도 패스트푸드와 각종 비만을 유발하는 위험요소에 노출돼 있다”며 “분석하지 않았지만 10대도 조사할 경우, 20~30대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도비만과 고도비만은 우리사회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에 비만율이 높다는 것은 성인병을 포함한 신체질환이 일찍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경제적 자립이 미숙한 젊은 세대에 이른 성인병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수명을 줄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비만관리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건강검진 문진표에 패스트푸드 섭취빈도 등의 설문항목을 추가하는 방안과 원스톱 비만관리 종합사이트 구축, 개인맞춤형 비만관리프로그램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비만을 포함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다양한 지표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거주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작년 기준 농어촌 지역의 초고도비만율은 0.47%로 대도시 0.4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대도시는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등 8개도의 시 지역이며, 농어촌은 충북, 전북, 경북 등 8개도의 군 지역이다.

농어촌 지역이 대도시보다 초고도비만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김종희 건보공단 빅데이터운영실 차장은 “대도시에 비해 신체적 자극 인지가 떨어지고 비만에 대한 사회적 동기가 적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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