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 현장 모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한항공 노조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운항정지를 최대한 피하고 싶은 아시아나항공과 경쟁자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대한항공의 기싸움이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릴 처분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아찔했던 착륙사고, 남은 건 ‘처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찔한 착륙사고를 일으켰다. 다행히 사망자가 3명에 그치는 등 인명피해는 최소화했지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참사였다.

이후 사고 원인에 대해 조종사 과실과 항공기 결함 등 논란이 이어졌다. 그리고 약 1년의 조사를 마친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 6월 조종사 과실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지었다.

사고 원인이 가려지자 이번엔 그에 따른 ‘처벌’이 화두로 떠올랐다. 우선 관련 규정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해당노선에서 최대 90일의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에겐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금전적인 피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지에 큰 흠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전과 신뢰의 이미지가 중요한 항공사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사실상 측정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급박해진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정지 처분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 소속 4개 노조는 지난달 25일 선처를 호소하는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청원서에서 노조는 승무원의 노력으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점과 항공기 문제도 지적된 점 등을 들며 운항정지가 아닌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사고 처분을 놓고 거북이행보를 보여 온 정부 당국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 운항정지 전력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발목잡기 나서

그런데 지난달 30일 정부 당국은 또 다른 탄원서를 받았다. 탄원서를 보낸 것은 대한항공 노조였다. 그 내용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보낸 청원서와 정반대였다. 규정에 따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려야한다며 처분을 촉구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정지 무마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나선 셈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탄원서에서 “과징금 납부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누가 항공안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훈련을 하고 심각하게 안전대책을 강구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 당시 그 옆을 지나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또한 “1990년대 말 대한항공이 사고를 냈을 당시에는 곧바로 운항정지와 노선면허취소 처분 등 가혹한 처분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1990년대 후반 줄지은 안전사고로 고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에 따른 행정처분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1997년 229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가 대표적이다. 또한 1999년에는 중국 상하이와 영국 스텐스테드에서도 잇따라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괌 추락사고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3개월 운항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 2년간 해당 노선 면허발급을 금지했다. 다만, 당시 사고가 워낙 컸던 탓에 대한항공도 노선 운항 재개를 엄두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과거를 지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다.

◇ 난감한 정부당국… 처분 결정시 후폭풍 불가피

이처럼 국내 굴지의 항공사들이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당초 지난 8~9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달력이 10월로 바뀐 현재까지 처분은 내려지지 않고 있으며,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처분이 늦어지는 이유는 정부의 난처한 입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에 90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대외신뢰도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항공사에게 해당 노선의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아시아나항공의 입장만 생각해 줄 수도 없다. 세계적인 추세가 ‘과징금 부과’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한 처분이 내려질 경우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 보듯 빤하다. 더불어 대한항공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원칙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렇듯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아시아나항공과 라이벌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대한항공, 그리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당국은 폭풍전야의 긴장감에 놓여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내려지든 간에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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