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이 심란한 상황에 내몰렸다. LS네트웍스가 판매하는 일부 스포츠 워킹화가 허위 과장 광고로 경고를 받은 가운데, 최근엔 때 아닌 ‘표절 시비’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문제의 제품은 ‘프로스펙스’ 런칭 33주년을 기념해 출시했던 운동화 ‘헤리티지’ 라인이다. 일본 아식스(asics) 유명 운동화 디자인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인데, LS네트웍스는 해당 제품을 출시한지 반년 만에 생산을 중단해 업계의 의문을 샀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 ‘프로스펙스’ 론칭 33주년을 기념해 로고 디자인을 적용한 ‘헤리티지’ 라인 6종을 선보였다. 헤리티지 라인은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알파벳 ‘F’를 옆으로 눕혀 놓은 옛 프로스펙스 로고를 부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제품을 둘러싸고 ‘표절 시비’가 있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프로스펙스 헤리티지 라인이 아식스의 프리미엄 운동화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커’의 ‘멕시코66’ 모델과 흡사하다는 의견들이 스니커즈 매니아들 사이에서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온라인커뮤니티에선 이런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프로스펙스 헤리티지 라인을 보자마자 오니츠카타이거의 멕시코66 시리즈가 떠올랐다” “구형 로고를 부착한 것은 좋은데, 색배합이 비슷해 ‘멕시코66’과 유사해 보인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특히 하얀색 바탕에 파랑과 빨강의 색깔 조합의 디자인이 ‘멕시코66’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프로스펙스 '헤리티지',  아식스 '멕시코66' 표절 시비   

멕시코66은 1968년 멕시코 하계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1966년도에 처음 출시돼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하얀색 바탕에 파랑과 빨강으로 아식스의 로고를 새겨 넣은 디자인이 대표 인기종이다.

여기에 출시 당시 선보였던 ‘헤리티지 로고’도 표절 의혹을 샀다. 빨간색 크레파스 톤에 ‘Heritage 81’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은 것이 오니츠카타이거의 로고 디자인 컨셉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이다.

▲ 프로스펙스 헤리티지 라인(좌)이 오니츠카타이거의 멕시코66(우)과 유사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런 논란 때문이었을까. 프로스펙스 ‘헤리티지’ 라인은 출시 반년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애초부터 한정판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소비자들의 반응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있었다.

이같은 내용이 일부 매체의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한 블로거는 지난 15일 “나이키 브랜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릴 때 프로스펙스는 한국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내세워 맞대결을 했던 브랜드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로고 하나도 바로 정하지 못한 채 라인마다 로고를 바꾸는 미련함을 고수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잃어버리고 브랜드컨셉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LS네트웍스는 뒤늦은 ‘표절시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사를 통해서 뒤늦게야 이런 반응을 접했다”며 “현재 특허청과 디자인협회 등에 문의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이 조기 중단된 것에 대해선 “애초에 헤리티지 라인은 단기 한정 상품으로 기획된 것”이라면서 “하얀 바탕에 빨강과 파랑 조합 디자인이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워낙 범용화된 스타일이고 다른 색깔의 헤리티지 라인은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참신함이 없었던 것이 문제 

이런 가운데 아식스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식스코리아 관계자는 “만약 지금까지 생산이 계속되고 있다면 다양한 대응을 고민하겠지만, 일단 생산이 중단이 된 상품인 만큼 현재로선 대응방침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표절 여부를 떠나, LS네트웍스가 ‘망신살’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33주년을 기념해 만든 제품이 불미스런 구설수에 휘말린 것은 그 자체로 뼈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에선 프로스펙스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놓는 대신 범용화된 디자인을 차용한 바람에 이번 논란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논란은 프로스펙스가 걸어 온 길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수 없다. 

프로스펙스는 한때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앞지르는 실적으로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킨 브랜드다. 1998년 모회사인 국제상사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7년 모 회사가 LS그룹의 계열사인 LPG 수입 판매 회사인 E1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인수를 주도한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은 과감한 브랜드 혁신과 스포츠워킹화 시장 개척으로 ‘프로스펙스’에 제 2의 전성기를 가져다줬다. 

그러나 최근엔 여러가지 악재를 만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LS네트웍스는 워킹화 프로스펙스(W) 신발에 적용된 신발창 기능이나 기술이 국내 특허를 취득한 것에 불과함에도 세계 각국에서도 인정받은 특허 기능이 적용된 것처럼 광고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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