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전기가 삼성SDS의 주식을 내다 판다. 삼성SDS가 다음달 14일 기업공개를 하기로 한 가운데 삼성전기는 공모가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 하지만 이를 두고 외부에서 석연찮은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SDS가 상장 한 후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 약 1조원의 상장차익을 챙길 수 있음에도 굳이 이 시점에서 주식을 내다 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급기야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기에 이에 대한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 삼성전기, 삼성SDS 주식 공모가 ‘헐값’ 매각 논란

삼성전기는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주식 609만9,604주(7.88%)를 시장에 팔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SDS가 22일 공개한 희망 공모가액은 15만~19만원이다. 최종 공모가격은 오는 31일 확정된다.

하지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삼성SDS가 평균 33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최근 5주간 가격이 29만8,000원에서 34만7,500원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망 공모가가 너무 낮은 것 아닌지에 대한 뒷말이 일고 있다.

실제 각 증권사들은 삼성SDS의 상장 후 주가를 35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내다봤다. 이를 전제로 가정한다면 삼성전기가 삼성SDS 상장 이후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경우, 현 가격(현재 예상 매각차익 9,000억~1조원)보다 1조원 이상의 금액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삼성SDS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현재 주식 매각 계획이 없다. 삼성전기가 삼성SDS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증권가 등에선 삼성전기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할 만한 사업을 현재로선 찾기 힘들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또, 2014년 6월말 기준 삼성전기의 (연결)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부채비율은 69.1%에 불과하며 약 5,872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등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재무구조상황을 볼 때 엄청난 예상차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삼성전기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매각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장 이후 주식가치가 급등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돌연 삼성SDS 주식을 파는 이유가 석연찮다는 것이다.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삼성전기가 삼성SDS 보유지분을 전량 구주매출하는 것에 대해 “최대 1조원대의 상장차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배임의 가능성’과도 맥이 닿아있다.

◇ 삼성전기 “재무구조 개선 및 향후 투자재원 화보를 위한 것”

사정이 이쯤되자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기에 삼성SDS 지분의 매각결정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지난 27일 보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기의 삼성SDS 보유지분매각이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삼성전기의 손해⋅배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유지분 7.88% 전부를 구주매출하기로 한 이유와 절차 등에 대해 질의했다”면서 “이와 더불어 최종 공모가격이 장외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할인된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구주매출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이어 “사실 ‘희망’ 공모가격은 말 그대로 ‘희망’일 뿐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장외거래가격과 희망공모가격을 비교하여 회사의 손해나 배임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과거의 예를 보면, 최종 공모가격이 장외거래가격과 큰 괴리를 보인 경우가 많았고, 최종 공모가격이 상장 이후의 주가 흐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제고해야 할 책무를 진 삼성전기의 이사회는 최종 공모가격이 확정된 직후 구주매출 계획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기는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삼성SDS 지분 매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전기의 지분매각 배경은 오는 31일 최종 공모가격은 확정되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삼성전기의 삼성SDS 지분매각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지, 업계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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