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4일 인천 송도 오크우드호텔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왼쪽부터),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측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오는 11월 초 예정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무산됐다. 통일부는 2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4일 방남한 북한의 실세 3인과 합의한 사안이다. 하지만 통일부가 공식적으로 ‘무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에 따라 남북 고위급 접촉은 물 건너간 셈이다.

◇고위급 회담 문 닫은 ‘대북전단 살포 논쟁’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리 정부의 남북 고위급 접촉 포기의 배경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꼽고 있다. 남북은 지난 주말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방관한 우리 정부를 지적하며 대화를 거부했고,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 1일 북한은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는 성명을 통해 ‘삐라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북남간 대화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에서 살포한 100만장의 대북전단을 뜻하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방관 태도를 비판하고자 나온 성명이다.

이에 통일부는 2일 북한이 민간의 자율적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비호·지원한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고위급 접촉에 대한 전제조건을 계속 고집하면 대화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킨 대북전단 살포 논란의 핵심 쟁점은 ‘양국의 국가원수 비난’이다. 1일 조평통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모독하는 전단살포에 대해 반발하며 박근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공세를 펼쳤다. 조평통은 “남조선 삐라살포놀음의 주범은 괴뢰당국이며 그 배후주모자는 박근혜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에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 요구를 헌법상의 이유를 들며 논리적으로 대응하던 정부도 ‘박 대통령 비난’에 태도를 달리했다.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한 것이다.

◇남북 대화 가능성 없지 않아

통일부가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함과 관련, 일각에서는 회담의 재접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남북간 공통적으로 대화의 대상이 될 동력이 많지 않은 점에서 회담을 재접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한국이 이달 중순 육해공군이 참가하는 호국훈련이 계획 중이라는 점도 대화 가능성을 희박하게 한다는 근거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오는 7일부터 열리는 ‘2014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7년만에 참가하며 스포츠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주목이 되고 있다.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는 북한이 남북 대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이면 박근혜 정부 3년 차, 김정은 집권 4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양측이 내년 초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했지만 북한이 대화를제의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