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운 시사위크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최근 우리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다. 반기문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면서부터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반 총장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2위를 기록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반 총장이 ‘여야의 영입대상 0순위’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반 총장의 파괴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여기다 반 총장의 임기가 2016년 말에 끝나는 것도 교묘하게 우리나라 대선일정과 일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을 영입한 정당이 차기 대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기류는 역으로 현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대선주자감’이 없다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여권인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하여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몽준 전 의원이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안철수 의원 등이 차기 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거론되는 대선주자들 가운데 ‘절대강자’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2위인 김무성 대표와의 격차는 8% 포인트 내외다.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언제든지 1위와 2위가 뒤집어질 수 있는 격차다.

이 처럼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을 벌이다 보니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강자’를 찾게 됐다. 바로 그 사람이 반기문 총장이다. 반 총장이 각 종 여론조사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다보니 여야에서는 반 총장을 ‘절대강자’로 지목한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정치권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 가운데 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 없다는 말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몸담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반 총장의 2017년 대선출마 가능성을 화두에 올리기도 했고,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반기문 야당 영입설’을 거론해 파문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인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해서는 안 될 언행이다. ‘대한민국 품격’을 위해서도 이 같은 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중론이다. 테러위협과 에볼라 사태 등 동시다발적인 국제 이슈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반 총장을 UN 사무총장 출신국인 우리나라가 앞장서 흔들어서는 안된다.

오죽하면 우리 정치권에서 차기 대권주자 운운하자 반 총장 측에서 “출신국 국내 정치 관련 보도가 계속되는 경우, 유엔 회원국들과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의문이 제기됨으로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을까.

그러면서 “반 총장은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 정치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강조하며 ‘반기문 대망론’을 강하게 부인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기문 총장이 UN 사무총장으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정치권이 앞장서 반 총장에게 힘을 실어줘도 시원찮은 판에 최소한 ‘고춧가루’는 뿌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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