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맥도날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햄버거 패스트푸드’ 기업이다. 세계 각 도시의 물가를 비교하는 경제용어로 ‘빅맥지수’라는 것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전 세계 노동자들을 대하는 자세는 ‘글로벌 리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엔 국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알바생이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 지난 5월 열린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 모습. 맥도날드 유니폼을 입고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이 이가현 씨다.
◇ “내일부터 나오지 마”

알바노조 조합원 이가현(22·여) 씨는 지난 6일 직접 작성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자신이 일하던 맥도날드에서 ‘쫓겨난’ 사연을 전했다.

대학생인 이씨는 지난해 9월부터 맥도날드의 한 직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기 중엔 일주일에 3~4일, 방학 중엔 1~2일 일했고, ‘당연히’ 최저임금이었다. 방학 중에 맥도날드 일을 줄이고 다른 알바를 병행한 것도 시급이 워낙 짰기 때문이다. 이씨가 맥도날드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은 돈을 받았을 때가 월급 50만원 정도였다.

맥도날드에서 일한 지 1년이 된 이씨는 당연히 계속해서 일을 할 생각이었다. 최저임금이긴 했지만, 학업이 본분인 이씨에겐 달리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9월 점장으로부터 돌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재계약불가’를 통보한 점장은 매장 동료들이 이씨의 알바노조 활동을 불편해한다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과 정황은 이상하게 전개됐다. 이씨에 따르면 점장이 ‘불편해한다’고 말했던 동료들은 정작 이씨가 알바노조 활동을 하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즉, 불편했던 것은 점장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해당 매장은 직영점이었다. 따라서 점장은 본사에서 파견된 ‘맥도날드’ 정직원이었다. 결국 맥도날드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알바생을 내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억울함을 느낀 이씨는 점장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점장은 다시 매장 아르바이트에 지원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끝내 일터였던 맥도날드로 돌아가지 못했다. 해당 매장은 이씨의 연락을 피하며 시스템 오류로 지원서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거짓말 했다. 그리고 결국은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며 이씨를 채용하지 않았다.

이씨는 현재 단기알바를 겨우겨우 구해가며 생활하고 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웬만한 알바 자리는 이미 새학기를 앞두고 다 찼기 때문이다. 이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차라리 한 달 전에라도 말해줬으면 다른 알바라도 준비했을 텐데, 처음엔 너무 막막했다”고 말했다.

▲ 맥도날드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이가현 씨는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면서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
◇ 친숙한 이미지 뒤에 숨은 악독한 민낯

이씨는 형식상 계약만료였지만, 사실상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이씨는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 이씨는 “근로계약서는 1부만 쓰고 점장이 가져갔다. 나는 빈칸이 채워지지 않고, 사인도 하지 않은 백지 근로계약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안 그래도 적은 임금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작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세계적 기업 맥도날드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씨는 이 기사에서 지난 5월을 떠올렸다. 당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점장에게 불려갔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점장은 “본사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맥도날드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씨가 ‘쫓겨난’ 이유는 노조활동 때문이었다. 이씨는 맥도날드에서 일을 시작한 뒤 알바연대를 거쳐 알바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그동안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바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주변 동료들이나 점장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괜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허나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아 나서고, 부당한 일을 지적했더니 돌아온 건 ‘해고 아닌 해고’였다. 친숙한 맥도날드 이미지 뒤에 감춰져있던 악독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맥도날드 측은 “근로계약서에 대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맥도날드는 직원들의 개인적인 신념과 정치적인 참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노동자 탄압’ 논란은 단순히 국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내 맥도날드 노동자들은 근로조건 개선과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노동조건 위반으로 약 180건의 고발을 당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지난 7월 “고발 건 중 증거가 충분한 43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맥도날드 본사와 가맹점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측은 노동자 고용은 가맹점의 소관이라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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