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7월 27일 오전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두고 주민들과 마사회(회장 현명관)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한동안 ‘대화’ 가능성이 엿보이며 접점을 찾을 것처럼 보였던 분위기는 어느 순간 소송과 맞소송으로 이어지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 “대화하자” 해놓고 수천만원 소송 ‘왜’

‘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주민과 마사회의 갈등은 지난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당시 마사회는 용산 전자상가 인근에 마권장외발매소(이하 ‘용산 화상경마장’)를 임시개장했는데, 이곳이 주택가인데다 학교 밀집 지역이어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한 것. 주민들은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서 연일 반대 집회를 벌였고, 급기야 몸싸움에 폭로전까지 벌어지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특히 최근엔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 중 특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20일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 운동을 하던 주민 A씨(49)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마사회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고발한 주민은 20여명에 이르지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마사회는 지난달 25일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공문을 보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협의하자”며 대화의 뜻을 보였으나,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마사회가 겉으로는 대화를 제안해 놓고, 뒤에서는 소송으로 주민들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마사회 측의 주장은 다르다. 앞에선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뒤통수를 친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주민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운을 떼면서 “해당 손해배상 소송은 우리(마사회)가 어떤 의도를 갖고 진행한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에 따라 불가피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은 지난달 20일 오전 한국마사회 제주경마공원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마사회 “법적절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마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소속 9명을 상대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주민들이 소유한 부동산 등의 가압류를 신청했는데, 이에 포함된 A씨가 먼저 제소명령을 법원에 청구했고 마사회는 법원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란 설명이다. 쉽게 말해, A씨가 ‘가압류를 걸어놨으니, 앞으로 소송을 계속 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해달라’며 먼저 제소명령을 청구했고, 마사회는 법원의 제소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우리는 대화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송을 먼저 취하해버리면 우리로선 대화의 끈마저 없어지는 상황 아니겠는가”라면서 “손해배상 소송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마사회)의 기본 스탠스는 ‘대화를 원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사회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무게는 주민들 쪽으로 기울어진 듯 보인다. 사행시설이 주택가나 학교밀집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정서가 더 강하게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후 설문을 실시한 결과,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을 주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 열면 안 된다”면서 “서울시가 권한이 있으면 진작 폐쇄했겠지만 아무 권한이 없다. 사행산업을 싹 없앨 순 없고 없어지지도 않겠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마사회 측은 용산 화상경마장을 연내에 개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명관 마사회 회장도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주민과의 대화 진척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장)하겠다”면서도 “3개층이든 5개층이든 1단계로 연내에는 (개장)했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대책위는 마사회가 개장을 시도하면 끝까지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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