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갑의 횡포’.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히는 사안이다.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의 ‘갑질 횡포’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면서 반성의 움직임도 포착됐지만, 산업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갑질’의 부조리를 근절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경동택태의 사례 역시 이런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배업계 5위 규모인 경동택배(회장 백영길)는 수년전부터 영업소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곳이다. ‘비품 강요’ 횡포가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고, 지난해부터는 ‘외제 자동차 렌트 강요’ 등의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영업점에 반성문 강요, 차량 구매 횡포 논란

그럼에도 본사의 횡포를 고발하는 영업점들의 목소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배송 실수 시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실적이 저조한 영업소장들을 불러들여 정신교육까지 하게 하는 등 과도한 압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최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경동택배 본사는 전국 800여개 영업소에 공문을 보내 택배 사고가 잦은 영업소장들을 새벽 6시에 본사로 불러 교육을 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교육은 대부분 ‘물량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내용이었고, 실적이 부족한 곳은 새벽에 나와 시험까지 보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배송 실수가 일어나면 ‘반성문’을 쓰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본사 직원들의 폭언에 심한 모멸감에 느꼈다는 한 영업소장의 인터뷰도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차량 구매 강요 횡포’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량을 안사면 영업소를 못 하게 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영업소에게 차량을 새로 살 것으로 강요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수년 전 공정위에 제보돼 조사가 진행돼 온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비품 구매 강요’ 횡포 건 외에는 특별한 증거를 찾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경동택배의 ‘외제승용차 렌트 강요’와 ‘화물차 및 지게차 구매 강요’, ‘부가가치세 이중 부과 행위’ 등 불공정행위 혐의에 대해 조사를 했다.  당시 경동택배 측은 “차량과 렌트카 구매는 영업소장들의 자발적인 신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을 내놨다. 해당 건에 대해 공정위는 충분한 증거를 못 찾았다는 이유로 심의를 종결했다.

그런데 공정위의 조사가 흐지부지된 배경에 경동택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최근에 불거졌다. 경동택배가 공정위의 조사에 응한 영업소장을 파악하려고 나섰을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고급 차량을 렌트했다”는 확약서를 쓰게 했다는 주장이 영업소장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오너 2세 렌트카 업체 수익 올려주기 위해 영업점에 횡포?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동택배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도 한 달에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 고급승용차 렌트를 영업소장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결정했을지 의문을 보내고 있다.

▲ 백영길 경동택배 회장
특히 이들이 고급승용차를 렌트한 업체는 경동택배의 오너의 자녀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경동렌트카다. 경동렌트카는 백영길 회장의 아들인 백성현 씨가 2012년 말 기준 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 회사의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영업점에게 ‘렌트카 구매 강요 횡포’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또 다시 불공정행위 논란이 가열되자, 최근 공정위는 재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경동택배 측은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경동택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관련 건에 대한 설명은 공정위에 답변할 내용인 것 같다”며 “현재로선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009년부터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왔고, 이번 주에도 공정위에 조사를 받으러 간다”며 “공정위에서 판단할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저희 쪽에선 할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갑질 횡포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동택배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내고 있다. 이는 백영길 회장의 도덕성에도 흠집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백 회장은 지난 2011년 중량화물 택배시장을 개척해 중소 제조업체ㆍ상공인들의 물류업무를 원활하게 지원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수년째 계속되는 논란에 이런 훈장에 걸맞기 않게 기본적인 상생 의지마저 없는 것 아니냐는 빈축 어린 시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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