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사 승무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다 혹독한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회사가 자사 영업사원을 상대로 ‘갑질’을 부리다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허니버터칩’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크라운제과의 이야기다.

▲ 크라운제과.
◇ 가상·덤핑판매 강요하더니 소송까지 제기

서울서부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종언)는 크라운제과가 전 영업사원 A씨와 그의 신원보증인을 상대로 제기한 과자 판대대금 및 이자 지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크라운제과가 전 영업사원이 과자 판매대금을 ‘꿀꺽’했다며 총 2억550여만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재판을 통해 크라운제과의 독한 영업사원 짜내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A씨가 크라운제과 경인지역 영업소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당시 A씨는 덤핑판매, 가상판매 등 각종 비정상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썼지만, 이는 헛구호에 불과했다.

크라운제과 영업사원들은 월별·일별 판매목표를 할당받았고, 실적에 따라 급여와 성과급에 차이가 났다. 심지어 일별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도하지 못했고, 재고 반납도 불가했다.

물론 할당량을 채우면 됐다. 하지만 할당량을 채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궁지에 몰린 영업사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정상적 거래’ 뿐이었다.

그렇게 덤핑판매와 가상판매가 시작됐다. 팔지 못한 할당량을 판 것으로 처리하고, 영업차량에 쌓아두다 거래처에 덤핑판매한 것이다. 정상가과 덤핑가의 차이는 고스란히 영업사원에게 부담됐고, 가상판매를 위해 대출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특히 영업사원은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가상판매 차액을 채우지 못한 영업사원에게 각서를 받았다. 심지어 ‘판매 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하기도 했다. 훗날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꼼꼼히 대비한 것이다. 동시에 회사는 대형마트 할인율과 소매점 영업사원 할인율에 큰 차이를 두며 영업사원들을 더욱 고달프게 했다.

결국 A씨는 9개월 만에 일을 관뒀고,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그러자 회사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A씨가 판매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상판매는 영업사원들이 회사에 손해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재고관리 방침에 의한 것이거나, 회사의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 마른오징어도 짜내면 물 나온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내려진 또 다른 소송의 판결과 아주 닮아있다. 그 주인공 역시 크라운제과다. 크라운제과에서 일하던 또 다른 B씨 역시 회사를 나온 뒤 소송을 당했다. ‘판매부족금’ 6,300여만원을 변제하라는 것이었다.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판매목표를 할당받았고, 결국 8년을 일했음에도 빚더미만 떠안게 됐다.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크라운제과가 아닌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크라운제과는 최근 두 달 새 비슷한 2건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것이다.

크라운제과는 최근 자회사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으로 대박을 치며 경사를 맞았다.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그들의 어두운 단면은 섬찟할 정도였다. ‘마른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말을 자사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실천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사이 이렇게 ‘짜낸’ 돈으로 주머니를 불린 것은 윤영달 회장이다. 윤영달 회장은 지난해 총 19억8,3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지난해 악화된 실적 속에서도 20억원 가까운 연봉을 챙긴 것이다. ‘허니버터칩’ 대박을 고려하면 윤영달 회장의 올해 연봉은 더욱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윤영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올해 연봉은 알 수 없게 됐다.

한편, 크라운제과 측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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