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금호타이어가 5년 만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했다. 회사와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온 성과다. 그러나 회사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아직 해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권 지분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노조와의 임금 협상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종료’ 하루 만에 노조가 부분 파업을 결의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 9개 기관은 23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종료를 승인했다.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5년만이다.

◇ '파업' 선언한 노조와 임단협 협상 ‘골치’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개선됨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010년 858%에서 올해 상반기 290% 수준으로 낮아지고,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높아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각각 6.1%, 11.2% 늘어났다. 

이처럼 워크아웃 졸업에는 성공했지만,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가장 먼저 발등에 떨어진 불은 노조와의 임금 협상이다. 

노조는 회사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수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24일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광주, 평택, 곡성 등 3곳 공장에서 오전 조부터 각 2시간씩 총 6시간 부분파업이 시행됐다. 노조는 오는 29일엔 4시간 부분 파업까지 예고했다.

▲ 지난 2012년 규탄 집회를 벌였던 금호타이어 노조의 모습.

노조 측은 워크아웃 동안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을 해온 만큼,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본급 9.6% 인상 △임금 삭감분 환원(기본급 10%)  △임금 반납분 환원(기본급 5%·상여금 200%) △성과급 65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격려금 200%(설 50%포함)+100만원 지급 △임금체계 개선과 반납분을 포함한 15% 일괄 임금인상 △상여금 200% 환원 △정년연장(만 60세) 및 임금피크제 시행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 박삼구 회장 일가, 경영권 지분 확보 관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타이어 생산 차질은 물론, 시장 신뢰 실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는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집안 식구’와의 갈등이 해결되면,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바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 지분’을 찾아오는 작업이다.

금호타이어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42%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을 찾아야와 한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박 회장 측이 채권단 보유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자금 확보 여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로선 채권단이 보유지분 매도 시기나 방법 등을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비한 준비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해외 투자 현황과 향후 경영 상황, M&A 시장 여건 등을 판단해 내년 하반기 쯤 매각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해외 투자’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라있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착공했다가 중단된 미국 조지아 주 메이컨 공장 건설을 재개하기로 올해 결정했다. 조지아 공장 건설은 총 4억1,300만 달러(4,178억원)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난 10월 금호타이어는 미국 현지 법인 금호타이어USA에 7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 해외 투자, 자금 확보 해결 과제

또한 중국 난징공장의 이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호타이어는 1996년부터 중국 장쑤성 난징 도심에 승용차용 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연간 생산량 1300만)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는 난징이 공장과 벌판으로 이뤄진 지역이었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시정부가 도심 환경 개선을 위해 공장을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현재 시정부와 공장 이전 보상액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우선 경영권 지분 매입과 해외 투자 및 공장 이전은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며 “가장 급한 것은 노조와의 협상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파업이 실시돼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과제들은 결국 박삼구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그룹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현재 금호타이어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면서 해외 투자 사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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