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그룹의 2세 후계구도가 심상치 않다.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각각 일본과 국내를 맡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 했지만, 신동주 부회장의 신변에 변수가 발생했다. 그간 물밑에서 이어졌던 ‘지분 신경전’과 함께 함께 롯데의 후계구도가 다시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 왼쪽부터 신동주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 ‘장남’ 신동주 부회장, 갑작스런 ‘해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 자회사 3곳에의 임원직에서 해임됐다.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 롯데아이스 이사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다. 자진사임도 아닌 해임이다. 다만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자리한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는 유지한다.

해임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롯데는 “이사회의 결정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긴 했지만,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자회사 3곳에서 줄줄이 해임된 것은 충격 그 자체다. 롯데 측이 구체적인 배경을 밝히고 있지 않아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살 차이의 신동주, 신동빈 형제는 각각 일본과 국내를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돌연 신동주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제2롯데월드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지만, 입지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후계구도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충분이 가능하다.

사실 롯데의 2세 후계구도는 미완의 상태였다. 각각 일본과 국내를 맡는 것으로 정리된 듯 했지만, 두 형제의 ‘지분 신경전’이 치열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로 불과 1,994주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도 다르지 않다. 롯데푸드는 아예 지분이 같고, 나머지 두 회사도 2~3% 차이에 불과하다. 특히 계열회사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국내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롯데호텔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다. 그리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주 부회장이 지배 중이다. 물론 신동빈 회장 역시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즉, 두 사람 사이에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지분경쟁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두 사람이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자 후계구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 신동빈 회장, 후계구도에서 형 넘나

이런 배경 속에서 벌어진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은 역시 다양한 추측과 분석을 낳고 있다.

우선,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전체 후계구도에서 형을 앞서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올해로 94세가 된 신격호 회장의 마음이 신동빈 회장에게 기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특히 그룹 오너가의 장남이 ‘해임’ 형태로 물러났다는 게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더불어 신동주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보다 경영에 큰 욕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신동빈 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입지를 넓힌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추측과 분석도 제기된다.

먼저 향후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지분 경쟁이 더 치열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형제간 지분차가 크지 않은 만큼, 항상 서로를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3번째 부인 서미경 씨, 그리고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 씨 사이에서 낳은 딸인 신유미 씨 등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입지가 좁아질 경우 이들의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신동주 부회장이 가장 ‘핵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는 유지했다는 점에서 후계구도와는 무관한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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