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항공업계 최대 라이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파문으로 쑥대밭이 된 대한항공(한진그룹)은 침통한 분위기로 새해 첫날을 맞았고, 반면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라는 악재를 우회하며 직격탄을 피한 아시아나(금호아시아나그룹)는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2015년을 맞이하는 두 기업의 오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표정에서도 온도차가 역력히 감지된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웃음꽃 만연… 표정관리 돌입한 아시아나

사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자산규모로 보나, 매출로 보나 동일선상에서 견줄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놓고 비교해 봐도 대한항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조원, 영업이익은 685.1% 늘어난 1,399억원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시아나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5,000억원, 395억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회사의 주가만 봐도, 아시아나 6일 오후 2시56분 현재 7,120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4만5,700원을 찍고 있다.

어쩌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아시아나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 두 회사는 국내 ‘항공업계 양대산맥’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라이벌’로 비교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현재, 두 항공사의 처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당장 두 기업이 오너들 표정에서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단 아시아나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여러 호재가 겹쳐서다. 무엇보다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율협약을 결의하면서 5년 만에 경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도 지난 연말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에 날개를 달았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아시아나 주가가 7,000원을 돌파한 건 2012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조현아 전 부사장 이슈로 타격을 입으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 2013년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항공기 착륙사고로 국토부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하지만,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그래서일까. 새해를 맞이하는 아시아나의 표정은 ‘의기양양’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지난 4일 아시아나 임직원들과 새해맞이 북한산 산행을 나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박삼구 회장은 산행을 마친 뒤 여직원들로부터 세배를 받고 1인당 10만원씩 세뱃돈을 나눠줬는데, 박삼구 회장이 매년 초 여직원들에게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는 것은 오래된 관례지만, 올해만큼은 그 의미가 각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 조양호 대한항공(한진그룹)회장. 조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는 도중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 조양호 회장의 눈물… 침통한 대한항공

반면 조양호 대한항공(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복받친 설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와 각오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후,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 여러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신년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읽는 과정에서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결국 신년사는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이 대신 읽었다.

주목할 점은 ‘신년사’에 담긴 내용이다. 조양호 회장은 신년사에 ‘소통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소통’과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통상 기업 신년사에 새해 목표와 비전을 제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마도 이번 땅콩회항 사건을 염두에 둔 신년사로, 조양호 회장이 ‘쇄신’을 올해 최우선의 과제로 삼은 듯 보인다는 분석이다.

다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파문의 후폭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조양호 회장의 ‘눈물’은 더욱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대한항공의 대처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여동생 조현민 전무의 ‘반성문 논란’ ‘복수 문자메시지’ 등으로 이어진 ‘사건’들은 국민 여론을 완전히 등돌리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할 정도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논란의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법리공방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대한항공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또 높다. 2015년 올해가 어쩌면 대한항공, 나아가 조양호 회장에 있어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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