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결과가 민간인 사찰의혹으로 번지자 청와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 검찰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검찰이 밝힌 증거 일부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것.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지만,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5일 검찰은 정윤회 사건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총 17건의 청와대 문서를 조 전 비서관이 빼돌려 박지만 EG회장에 전달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 검찰의 완벽한 수사에 걸려든 청와대의 민간인 감찰

▲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검찰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 전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너무나 완벽한 수사가 문제였을까. 상황은 검찰이 예측하지 못한 이상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발표한 17개의 문건 중 6개의 문건에 정권과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사생활 감찰내용이 담겨 주목받은 것. 다수의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민간인 사찰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6건의 내용은 H사의 P모 씨의 자금세탁 의혹, I사의 O모 씨의 차명 주식과 토지 취득 의혹, S사의 J모 씨의 로비 의혹 등 기업인에 대한 감찰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도 모 레저업체 대표가 여러 명과 사실혼 관계고 유명 연예인과 동거 중이라거나, 모 호텔 대표가 불륜 중이고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검찰은 정윤회 문건에 대해서는 이른바 ‘찌라시 모음’으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앞서 언급한 기업인 사찰에 대해서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 전 비서관이 유출한 전체 17개의 문건 중 검찰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본 문건은 10건이고 그 중에서 6건이 문제의 기업인 사찰이다. 과연 검찰이 어떤 기준으로 공무상 비밀여부를 가렸는지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고, 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일개 기업인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공무상 비밀로 만들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청와대는 이 같은 민간사찰 의혹이 번지자 지난 6일 밤부터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문자를 보내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민경욱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보도한 문건은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친인척과의 친분을 사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며 “민간인 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은 조악하기 그지없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대상은 고위공직자이거나,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자에 한한다. 감찰 범위도 그들의 비리행위에 한정되고, 사생활 등의 영역은 감찰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해명처럼 설사 이들이 특수관계자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민간인의 사생활을 감찰했다는 의혹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석현 의원은 “기업인과 연예인 얘기가 자료에 등장하는데 민간인 사찰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특검의 필요성 밖에 없다”며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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