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을 응원하는 1월 11일 ‘굴뚝데이‘ 일인시위 모습. 전국 곳곳의 전철역과 기차역 앞에선 1월11일 정오부터 1시까지 쌍용차 해고자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쌍용차 티볼리가 오늘(13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신차에 대한 기대감을 늘상 있어왔지만, 이번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티볼리의 판매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맞물려 있어서다.

◇ 이효리·김의성… 연예계발(發) 티볼리 열풍

쌍용차 티볼리가 세간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은 이효리의 ‘공짜모델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쌍용차는 “그 이전에도 티볼리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말하지만,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를 장식하고, 티볼리에 대한 관심을 폭증하게 만든 건 사실 이효리의 발언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이효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쌍용 신차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춤은 물론 무료 광고모델에도 나서겠다”고 밝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쌍용에서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됐던 분들도 다시 복직될 수 있다면 쌍용 신차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춤은 물론 무료 광고모델에도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을 위해 파격 공약을 내건 셈이다.

티볼리를 향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배우 김의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의성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해고자 복직되면 나는 내가 탈 일 없지만 (티볼리를) 구매해서 심정적으로 응원하는 신생영화사에 기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연예인들의 ‘바이럴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법도 하지만, 정작 쌍용차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일단 이들이 쌍용차 티볼리의 판매를 응원하는 ‘전제’는 해고노동자의 복직이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될 수 있다면 공짜모델도 마다치 않을 것이고, 직접 티볼리를 구매해서 기증할 생각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효리나 김의성이 이처럼 티볼리 판매를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앞서 이유일 쌍용차 사장이 “티볼리가 출시되고 연간 12만대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내년 말쯤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오해’다. 여기서 ‘복직’은 해고노동자가 아니라, ‘희망퇴직자’라는 게 쌍용차의 공식입장이다. 쉽게 말해 티볼리가 연간 12만대 이상 생산되더라도 이효리가 바라는, 또 김의성이 바라는 해고노동자 복직은 현실불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사실 이효리나 김의성이 이유일 쌍용차 사장의 발언 진위를 파악하지 못해 그런 공약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티볼리를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자꾸 묶어서 강조하는데는 그만큼의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유일 사장이 언급한 ‘복귀’가 해고노동자가 아닌, 희망퇴직자를 지목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힘을 모아 티볼리를 많이 구입한다면 생산라인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테고, 그렇게 된다면 해고노동자들도 복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 쌍용차 티볼리
◇ 구매운동과 불매운동, 기로에 놓인 쌍용차  

쌍용차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쌍용차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연예계에서부터 시작된 ‘티볼리 바람’이 자칫하면 쌍용차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서다. 티볼리가 대박날 경우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고, 만약 판매부진을 겪게 된다면 또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티볼리 판매호조에도 해고노동자 복직에 대한 고민을 배제한다면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다. 자칫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고관여상품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에는 치명적인 일이다.

실제 김의성은 앞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티볼리 대박을 기원하는 글을 올리면서도 “‘티볼리가 구매운동과 불매운동의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쌍용차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처럼) 이렇게 없던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반면, 주위에서 티볼리 산다고 하면 ‘야,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눈깜짝 안하는 회사차를 굳이 사야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쌍용차는 ‘티볼리 타고싶어요’와 ‘티볼리 불매운동’이 정말 한끝 차이라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게 편의점 음료수랑은 달라서 몇 천명만 마음 바꿔도 타격이 큰데…”라고 덧붙였다.

상당수 시민들은 티볼리 판매량이 늘어나면 추운 날씨에 굴뚝 위에 올라가 농성을 펼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일 김의성은 한 언론과와의 인터뷰에서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만 된다면 쌍용차가 사운을 걸고 출시하는 신차 ‘티볼리’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단 김의성의 전언이 아니라하더라도,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를 보면 티볼리의 판매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으로 연계시켜 응원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쌍용차 입장에선 티볼리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쌍용차가 4년만에 내놓는 신차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신차 없이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비용을 들인 만큼 사활을 건 모델이기도 해서다. 무엇보다 ‘자동차회사’로서가 아니라, ‘노사갈등의 상징 기업’이 돼버렸다는 점도 티볼리를 통한 터닝포인트를 기대하는 이유다.

쌍용차는 13일 티볼리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일단 가격이나 제원 등 상품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이미 이효리 등을 통해 주목을 받은 덕에 반응도 나쁘지 않다. 연예인들의 티볼리 응원이 과연 독이 될지, 아니면 약이 될 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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