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앞둔 펀드 판매 직원에 악화된 고용 조건 제시
재취업 힘든 계약직 직원 “울며겨자먹기로 수긍”

▲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이중적인 경영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의 관행을 깨는 ‘고객중심 경영 방식’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주 사장이 정작 안에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내쫓는 ‘매몰찬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주 사장이 최근엔 그 칼을 힘없는 펀드 판매 계약직 직원들에게 휘두르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영업 실적 4억원 이하는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실적이 그 이상인 사원은 보수를 줄이겠다.”

지난해 12월 말 한화투자증권이 재계약을 코 앞에 둔 ‘펀드 판매 계약직’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이는 실적이 안 좋은 직원들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실적이 좋은 직원들과는 재계약을 하더라도 보수를 삭감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적이 부진한 계약직 직원에게 사실상 ‘해고’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이 메시지를 받은 한화증권 펀드 판매 계약직 강모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씨는 “처음에는 이게 장난이겠거니, 잘못 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맞다. 그러니 무조건 따르라’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 펀드 판매 계약직을 내치는 방법 
   “보수 삭감, 조건 안 맞으면 나가라”

하지만 강 씨에겐 재계약 조건의 부당함을 호소할 힘이 없었다. ‘마음에 안 들면 회사를 나가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 측의 답변도 그러했다.

한화투자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선 지난해 9월 재계약 대상인 펀드판매 직원 분들에게 미리 재계약 조건 변경 사항을 통보했다. 재계약 직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니다”며 “해당 조건에 동의하면 계약서에 사인하면 되고, 아니면 다른 증권회사와 계약을 하셔도 된다. 기본적으로 펀드 판매 계약직원들은 (증권)시장에서 이직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다”고 말했다. 펀드판매 계약직들은 고객을 유치해 펀드를 계약시키고 받는 수수료와 기본 보수를 임금으로 받는다. 

재계약 조건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선 “펀드계좌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실태 조사 결과, 펀드판매 직원들이 고객 유치만 신경을 쓰고, 펀드 계약 후에 고객 관리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열심히 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본사가 고객 중심으로 영업형태를 바뀌면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끝까지 관리하는 영업형태에 중점을 두고 보수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펀드 계좌와 고객 관리를 잘 한다고 해서, 보수가 삭감되는 직원들에게 특별한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일방적으로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조건을 악화시킨 것 아니냐고 묻자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약 조건이 안 맞으면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하면 된다”고만 거듭 말했다.

업계에선 한화투자증권이 힘없는 계약직원들에게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양심의 아이콘' 주진형 사장의 매몰찬 구조조정 칼날  

주진형 사장 취임과 함께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말 350명의 정규직원들을 내보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고졸 채용 사원들을 대거 내보내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면서 ‘강압적인 구조조정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에 또 다시 정규직원들에게 구조조정 칼날을 들이댈 수 없어 힘이 없는 펀드판매 직원들의 수를 줄여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 사장이 ‘혁신 아이콘’의 이미지와 달리 이중적인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주 사장은 고객 중심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리서치센터의 매도 보고서 의무화, 수수료 정액제 도입, 레버리지펀드의 신규 판매 중단 등 업계 관행을 깨는 파격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5월엔 그동안의 영업 형태에 대한 ‘반성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금융당국 정책에 거침없는 쓴 소리를 내뱉는가 하면, 최근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방식과 협회 운영방식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돌출 행보 때문에 업계에서 “이단아”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고객들은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인 주 사장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구조조정 이후, 실적도 흑자로 돌아서면서 취임 1년의 경영성적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수익성’과 ‘고객 보호’만 우선시 한 채, 힘 없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리더십인지 의문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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