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뒤 거친 풍파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이재성 전 회장의 고액 보수로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임원 감축에 이어 희망퇴직까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경영악화에 책임이 있는 이재성 전 회장은 37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챙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은 지난해 초고속 승진으로 30대 초반에 임원자리에 올랐다. 경영 악화에 따른 고통분담으로 뒤숭숭한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 이재성 전 현대중공업 회장과 정기선 상무, 그리고 집회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
◇ 3조 적자… 흔들리는 현대중공업의 위용

조선업계 세계1위의 위용을 자랑하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무기력한 추락으로 충격을 안겼다. 1~3분기 내리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적자만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4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수주 실적이 27%가량 떨어지는 등 적자 탈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초유의 실적 악화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현대중공업을 거친 풍파로 내몰았다. 당장 혹독한 몸집 줄이기가 시작됐고, 임원의 30%가 떠났다. 19년간 무분규를 이어온 노사관계도 갈등 국면을 맞았다. 1994년 이후 첫 파업이 벌어지는 진통 끝에 극적으로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조합원들이 이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뿐만 아니다. 인원 감축 바람은 임원을 지나 일반 직원에게도 불어오기 시작했다. 과장급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시작된 것이다.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감축 대상’이 된 이들의 불만은 폭발했고,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는 주장과 정황도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게다가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 실적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노사 갈등은 점점 더 격앙될 태세다. 현대중공업에는 최근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일반직 노조까지 출범했다. 사무직 희망퇴직 다음은 현장 생산·기술직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 이재성 전 회장의 37억, 정기선 상무의 초고속 승진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낳은 ‘책임자’ 이재성 전 회장이 무려 37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다는 점이다.

이재성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재성 전 회장이 회사를 떠나며 받은 보수 총액은 36억9,744만원이다. 이 보수는 근로소득 약 12억6299만원(급여-4억4,009만원, 상여-2억5,763만원, 기타근로소득-5억6,525만원)과 퇴직금 24억3,445만원으로 이뤄져있다.

이재성 전 회장은 2009년 12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2013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이 시기 현대중공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2012년 이후 경영 성적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2년 1조9,000억원이었던 것이 2013년 8,000억원으로 추락하더니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어떤 이유로 물러났다 한들 정해진 퇴직금과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지사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단순히 경영상의 실패라기 보단 세계적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가 컸다.

하지만 희망퇴직 등 고통 분담을 강요받고 있는 직원들에게 37억원이란 보수가 달가울리 없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이재성 전 회장이 경영 악화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상무는 지난해 부장에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임원 감축의 칼바람 속에서 32살의 나이로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입사한지 5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의 한 내부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수십 억 퇴직금이나 초고속 승진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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