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임직원, 회사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 제기
소송 과정에서 최진민 일가 '특허 가로채기 및 편법 의혹' 제기

▲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귀뚜라미 창업주 최진민 명예회장은 국내 보일러산업의 ‘선구자’로 통한다. 1962년 귀뚜라미보일러를 설립, 국내 최초의 기름보일러를 개발해냈고 60여 년간 보일러업계에 몸담으며 수백 개의 기술 관련 특허를 출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최 명예회장에게는 수년째 따라붙고 있는 ‘불명예스런 의혹’이 있다. ‘연구원들의 특허를 갈취해 이득을 취하고, 자녀들에게 특허를 편법적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1년 불거졌던 이 논란은 최근 퇴직 임직원들이 ‘특허 관련’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귀뚜라미 내 계열사 기술연구소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던 연구원 등 임직원들이 지난해 초 귀뚜라미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련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직무발명보상금이란 연구원이 직무상 행한 발명에 대해 회사가 그 발명에 대한 특허권 승계를 받았지만, 특허 취득과 사업화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연구자에게 보상하는 것을 뜻한다.

◇ 퇴직임직원 “특허 갈취해 아들에 편법 증여”

소송을 제기한 퇴직 직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특허를 적용해 보일러 등을 제작해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만큼 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청구 대상이 된 발명특허는 가스보일러, 전기보일러, 펠릿보일러, 하이브리드보일러와 관련해 6건이다. 

그런데 이번 소송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최진민 명예회장 일가의 ‘편법적인 특허 가로채기’ 의혹을 전면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소장을 통해서 “청구 대상이 된 6건의 특허 중 최진민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씨가 3건의 발명자로 기재돼있지만, 그룹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재됐을 뿐 실제 특허발명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최 명예회장의 아들이 특허개발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편법적으로 특허를 취득했다는 주장이다. 

소송에 참여한 A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 명예회장이 지난 수십 년간 임직원들이 기술개발 과정에서 발명한 특허를 오너이자 회장이라는 직책을 앞세워 자신뿐만 아니라 장남, 차남, 딸의 명의로 무단 등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소송원고인은 “연구들이 개발한 특허를 최 명예회장 일가 이름으로 출원해 권리를 가로채 수십 년간 특허사용료 수백억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수년전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2011년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최진민 명예회장이 수십 건의 특허권을 아들들에게 취득하게 하고, 회사가 이들에게 특허사용료를 지불하게 했다”며 편법 증여 의혹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이 대표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의 장남 성환 씨는 대학시절(철학 전공)에 ‘보일러의 순간 수합 평형장치’ ‘가스보일러용 가스연소장치’ 등 특허 24건을 확보했다. 또한 차남 영환씨도 미성년인 19살부터 특허출원인으로 등록하는 등 19건의 특허권을 갖고 있었다. 모두 보일러에 대한 기술력과 조예가 있어야 가능한 특허였다. 철학 전공자인데다, 어린 나이었던 이들이 과연 이같은 기술을 개발해낼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철학전공-미성년자 자녀들, 수십 건의 특허 보유

아울러, 최 명예회장이 확보한 다수의 특허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 바 있다. 귀뚜라미가 등록한 특허 및 실용실안은 500여건 정도다. 이 중 최진민 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특허는 무려 100여개 넘는다. 경쟁 회사인 경동나비엔과 린나이코리아가 특허실용실안을 모두 법인 명의로 갖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물론 최 명예회장이 공학박사 출신으로 기술 개발에 조예가 깊은 인사인 점은 이들 회사들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광범위한 보일러 분야의 개발을 홀로 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발해도 어려운 일을 홀로 해내기가 어렵다는 시선이었다. 여기에 퇴직 직원들이 “최 회장이 혼자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라는 증언까지 더해지면서 의혹의 시선은 짙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관련 특허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퇴직 직원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다시 논란은 뜨거워 질 전망이다. 소송 과정에서 편법 증여 의혹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돼 관련 의혹에 대한 진실이 가려질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귀뚜라미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귀뚜라미 홍보팀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의 자녀분들은 어렸을 때부터 보일러 개발 연구에 참여했다”며 “ 최 명예회장 또한 공학박사로, 우리나라 최초로 보일러를 개발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대해선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소송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인 최성환 씨는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 받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귀뚜라미 해외사업본부 실장(전무)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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