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도정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제주도가 키우고 배출한 정치인 원희룡이 고향으로 금의환향 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세운 원희룡 제주지사의 정치철학은 ‘조화’와 ‘포용’에 있었다. 그의 철학이 고향인 제주도정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을까. 고향인 제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그의 여정은 어느덧 취임한 지 반년을 넘어 2막에 들어섰다.

“제주도에서는 ‘권당(眷黨)’에서 비롯한 궨당(제주도 사투리)이라는 끼리끼리 문화가 있다. 혼례와 장례 등 대소사를 함께 돕고 격려했던 아름다운 제주문화다. 척박하고 거친 제주의 환경에도 거지와 도둑이 없는 배경에는 이런 궨당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 안에서는 지위의 높낮음이나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차별이나 벽이 없다. 인간이 다 상대적이고 어려움을 겪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성의 관점에서 매우 좋은 문화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부분이 그 울타리까지라는 것이 문제다. 자기 울타리 안에서는 너무나 관대하고 좋지만, 울타리 밖으로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소집단끼리의 이익을 위한, 연고주의로 활용된다면 부정적인 면이 없을 수 없다. 궨당문화의 가능성과 답답한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도민을 중심에 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런 우리끼리 문화에 변화와 조화의 가치를 가미해 제주를 개혁의 길로 이끌겠다. 믿고 지켜봐 주시라.”

원희룡 지사의 포부는 컸다. 그가 밝힌 제주도의 끼리끼리 문화가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하면 영·호남의 갈등, 지역감정의 핵심과 다르지 않다. 원 지사의 ‘변화와 조화’가 필요한 것이 비단 제주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시사위크>는 여당의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는 원희룡 지사와의 대담을 통해 그의 정치철학과 제주도정의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권의 소장파 출신으로서, 또 개혁성향의 정치인으로서 원 지사가 가지고 있는 한국 정치의 미래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원의룡 제주지사와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의 대담은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됐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정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관광산업을 중심에 두고 감귤농사 등 1차 산업을 왼쪽에, 전기자동차나 청정에너지 등 미래형 혁신 산업을 오른쪽에 놓고 가야한다고 밝혔다.
- 제주에 내려가 제일 처음 세운 기치가 ‘협치’다. 최초로 제주의 주요 기관장에 인사청문회도 도입하는 등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중간중간 인사 문제 등으로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취임 6개월을 평가한다면.

“문화나 1차산업, 관광 등에서는 관보다는 민간이 앞서 있다. 이런 분야의 역동적 에너지와 행정을 조화시켜 협력하는 민관협력시스템이 ‘협치’다. ‘협치’의 취지에는 도민사회도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치는 어차피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이견차를 좁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모으다 보면 새로운 통합과 성장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 관광산업을 말했는데, 대통령이나 도지사나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대중 정부 때 IT산업과 벤처를 육성 했지만, 노무현·이명박 정부부터는 그 전통이 사라졌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지사로서 어떤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가.

“제주도 입장에서 핵심적인 것은 역시 관광이다. 다만 질적인 관광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2030년까지 제주도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간다. 풍력발전과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장치와 같은 청정산업을 비롯해 관광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하는 스마트 산업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관광산업이 중심이고 왼쪽으로는 감귤농업 등 1차 산업이, 오른쪽으로는 제주에 맞는 미래형 혁신산업을 놓고 간다고 보면 된다.

또 관광수입이 도민의 소득과 연결이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간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280만에 달하고, 쓰고 가는 돈은 총 6조원에 가깝다. 그런데 이것이 호텔이나 항공료, 면세쇼핑으로 몰린다는 불만이 나온다. 도민의 소득과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관광객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나 기념품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 카지노는 어떠한가. 최근 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 유치가 화두로 오르고 있다.

“제주도에는 이미 8개의 카지노가 운영 중이다. 그런데 (매출면에서)이것을 다 합쳐도 2개 카지노가 있는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서울의 워커힐 카지노 하나만큼도 못하다. 국제적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제주도 차원에서 카지노팀을 조직하고 감독기구 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추려 한다.”

- 추가적으로 카지노를 설치하는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인가.

“그 부분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제주 신화역사공원 카지노는 신규를 주느냐 아니냐가 주요 현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8개의 라이센스를 가지고서 테마파크 내에 카지노를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규냐 아니냐를 떠나 지금은 감독체계가 아예 없는 것이 더 문제다.”

▲ 정치현안에 대해 그는 소통과 조화를 강조했다. 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단순한 '불통'이라기 보다는 국민이 느끼는 대통령과의 '거리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고 밝혔다.
- 이제 중앙정치 이야기도 해보자.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소속 자치단체장으로서 남다른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웃음) 국가 원수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아우르고 반대 목소리도 들어주셔야 하는데, 비서관들이 자기들이 옳다고 밀고 가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이 나오면서 국민들이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정권의 핵심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방식이나 소통방식들이 요인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부분이) 야당을 지지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태도 점수에 대한 부분이 큰 것 같다.”

-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불통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불통’이란 말을 쓰고 싶지 않다. 박 대통령이 뒷말이 나올만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때문에 비리가 없는 것은 큰 장점이다. 반면에 대통령이라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소리, 심지어 국민들이 홧김에 하는 소리도 가감없이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불통’ 보다는 국민들이 대통령과 느끼는 ‘거리감’, 이것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다.”

- 국민들의 여론을 대통령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비서실장이나 비서관들의 소임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김기춘 실장의 역할이 미진했다고 보는 것인가.

“(김기춘 실장이) 사심없이 윗사람을 잘 모시는 분이니 노력을 했겠지만, 지금의 결과에 비춰 봤을 때는 국민들이 만족을 못하고 있으니 보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대통령이나 국가를 위해서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고리 3인방에 대해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언론에서 과대평가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말씀에 따르면 비서관 수준인데 (문고리 3인방이) 막힘이나 걸림돌이라고 보지 않고 또 그렇게 믿는다.”

- 노무현·이명박 등 전 정권들이 이 시점에서는 측근비리들이 많이 터졌다.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는 최소한 비리 부분에서는 깨끗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홍보가 약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정권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99개를 잘했다 하더라도 1개를 못하면 불만족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김종필 고문이 '국민들은 마치 호랑이와 같이 무서운 존재'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용적으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억울해 할 것은 정권이 아니다. 살기 힘든 국민이 더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당내 개혁, 우리 전문분야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 원희룡 지사의 모습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 과거 집권당을 보면 정풍운동이 있어왔는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중심으로 정풍운동을 이끌기도 했었다. 정치적인 이벤트도 되면서 당을 변화시키는 계기도 됐는데 최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에게는 이런 기백이 없어 보인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당내 개혁운동은 내 전문직종이다.(웃음)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 국민의 뜻과 욕구를 담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할 땐 용기를 내고, 틀을 깨야할 땐 틀을 깨야한다. 다만 집권당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며 바라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성숙하고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힘을 실어드리기 위해 행동을 자제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란 것이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또 정치인들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때문에 대통령은 안중에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 우리 정치역사의 현실이다.”

- 그게 불행이다. 대통령 지지율만 높게 유지된다면 집권여당에서 누가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겠는가. 지지율 하락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데, 그렇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도록 당이 협조하고 공생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이치상 그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집권 측과 당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것은 혁신이 일상화 돼서 끊임없이 민심을 반영하고, 그 정책들을 당과 대통령이 역할을 분담해서 수행하는 식으로 가야한다. 정권이 지속되다 보면 지지율은 어차피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그나마 완만하게 내려가도록 해야 정권이 동력을 끌고 갈 수 있다.

그런데 당과 집권 측이 완전히 따로 놀고, 문제가 생겨 서로에게 (책임을)전가하다보면 국민들의 불만이 올라온다. 그러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단처럼 떨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금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엔 야당쪽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최근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연합 당대표로 선출됐는데, 원 지사가 여의도에 있었다면 당대 당의 정치적 파트너십이 잘 맞았을 것 같기도 하다.

“같은 한국 사람인데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살아온 곳과 고민해온 것이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다르고 반대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보수정당 쪽은 현대사 속에서 성취해온 경제나 안보 등 보다 현실적인 요소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 앞으로 여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슬프게 돌아가셔서 문재인 대표에게 어떤 ‘한’ 같은 게 베어있지 않을까라는 점은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다만 문 대표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끌어안을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제가 볼 때, 아쉬운 부분은 문 대표가 FTA문제나 통합진보당 문제에 대해서 책임있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야당이 혼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핵심적 문제인 FTA나 통진당 문제에 정체성과 방향을 국민들에게 명쾌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숙제이고 또 제가 궁금한 부분이다.

야당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적 이익은 보겠지만, 과연 어떤 국가를 만들고 어떤 국정운영을 할 집단인지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 보여준다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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