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UNIST와 울산의 산업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여야 대표들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잠시 벗어나 현장정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모두 각 진영의 차기대권 1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민생행보는 말뿐이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정치인들에게는 중요한 이벤트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지지율도 올리고 민심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어린이집 폭행사건 등 중대 현안이 발생하면 정치인들이 앞 다퉈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과 현장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정치상황에 따라 취사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내심과 중시사항,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엿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김무성, 친기업·제조업활성화에 방점

이러한 관점에서 김 대표의 방향은 친기업과 제조업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울산을 찾은 김 대표는 울산과학기술원과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12일에는 울산상공회의소에서 현장 최고위를 개최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전통적 지지기반에서 민심이반이 감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계를 비롯해 정유 등 중화학 공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울산과 경남의 경기가 좋지 않다. 더구나 최근 재계가 여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부드럽지 않다.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한데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인상까지 나오면서 재계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울산은 박정희라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지도자와 울산 시민들의 성원으로 산업수도로 성장했다”고 치하하면서 “울산의 경제위기는 대한민국의 경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울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으로서 제조업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수도권과 지방간 경제 불균형을 시정하는 차원에서라도 지방 제조업들이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며 제조업 진흥정책을 시사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대전 효문화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 문재인, 충청중시와 대전민심 달래기

반면 문재인 대표는 대전으로 달려갔다. 지난 11일 대전에서 현장최고위를 열고 권선택 대전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등 대전민심 끌어안기에 공을 들였다. 지난 3·1절 충남 천안, 5일 세종시에 이어 이달에만 벌써 세 번째 충청권 방문이다. 문 대표가 충청지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표의 발언에는 악화된 충청민심을 달래기 위한 속내가 그대로 담겼다. 그는 현장최고위에서 “대전은 우리 당에 특별한 도시이자 지방분권의 거점 중 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문 대표는 “지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적 거리도 좁히는 충청·호남의 상생선을 만들겠다”며 “갈등의 원인이 된 서대전 철로 직선화를 위해 우리 당이 앞장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문 대표에 대한 충청의 민심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호남 총리론’ 발언으로 충청지역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고 서울-광주간 KTX신노선을 두고 호남과 대전의 지역갈등으로 번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노리는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충청민심을 잃고서는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더구나 선거구 재획정으로 충청지역은 더 이상 캐스팅 보트가 아니라 패권지역이 될 정도로 성장한 상황이다. 이에 문 대표의 충청달래기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