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부가 중국 주도 개발은행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센터(ICC)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우리 정부가 중국 주도 개발은행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됐던 G2(미국·중국) 국가 중 미국과의 향후 외교문제점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간 논의를 통해 AIIB 참여에 동참하는 내용의 서한을 중국 측에 보낸 것을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정부가 AIIB 참여 요청을 제안한 지 8개월 만이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AIIB 참여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서한을 보낸 당시, 중국의 주요 언론사는 이러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 부상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론, 왜?

이날 중국 내 유력 언론 관차저왕은 “한국도 아시아 국가로 ‘AIIB’에 배제된다면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기재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국내 경제 전문가들의 시선도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 지난 26일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취했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주위의 지적이 반영된 조치로 생각한다”며 “경제는 경제 논리로, 안보는 안보 논리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AIIB 참여 결정에 대한 긍정적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외교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배경은 이렇다. 앞서 아시아 지역 개발은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살펴보면 그동안 아시아 개발과 관련해 미국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 가능케 한다.

결국 중국 주도의 AIIB는 미국 주도로 이뤄졌던 아시아 금융 주도권에 도전하려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아시아를 무대로 한 G2의 보이지 않는 개발금융 전쟁이다.

현재 미국은 우리 정부의 AIIB 참여에 대해 “각국의 결정사항”이라고 상세한 언급은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의 AIIB 참여 결정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부분과 비교한다면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지난 12일 영국은 AIIB 참여를 결정했으며, 같은 날 미국은 “영국이 일방적으로 가입을 결정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짧은 언급은 그동안 외교문제로 부각됐던 ‘한반도 사드 배치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으나, 우리 정부의 AIIB 참여로 사드 배치에 대한 짐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정부는 AIIB와 사드 배치를 놓고 양국과 거래하는 일(이른바 패키지 딜)은 없을 것이라고 뜻을 밝혀온 바 있다.

AIIB와 사드 배치의 패키지 딜 문제와 관련해 27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상무위 전체발언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가 AIIB 가입과 ‘패키지 딜’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AIIB 가입을 사드와 묶는 일은 전혀 별개의 사안을 갖고 외교적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