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이 유동성 위기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동부화재가 오너일가의 ‘현금 마련 창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주요 계열사 경영권 사수를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김준기 회장 일가는 최근 동부화재의 커진 배당금으로 급한 불을 껐다. 이처럼 동부화재가 오너일가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선 이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다. 

◇‘오너일가 현금창구’ 동부화재, 주주들은 불안불안   

동부화재는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2014 회계연도 기준 보통주 1,4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917억원으로, 전년 633억원 대비 45% 가량이 급증한 규모였다.

동부화재의 지난해 순이익이 4,003억원으로 전년대비 3%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높은 상승률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측은 “배당성향이 22.9%로, 타 화재보험사들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은 수치”라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주주환원정책 차원에서 이번 배당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배당 확대를 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오너일가에 대한 지원 차원이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동부화재의 오너일가 지분은 김준기 회장이 7.87%,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14.06%(최대주주), 맏딸인 김주원씨가 4.07%를 보유중이다. 이번 배당 확대로 김준기 회장 일가는 2013년보다 95억원이 많은 267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이 배당금 중 상당액은 동부메탈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 활용됐다. 

앞서 동부메탈 채권단은 김 회장에 사재 출연을 조건으로 경영권 보장을 제의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 부자는 200억원의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김 회장 부자가 동부화재 배당금 등을 활용해 100억원을 마련하고 장남인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메탈 채권 1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급전’을 구했다. 덕분에 동부메탈도 유동성 위기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고, 워크아웃 수순에 들어갔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처럼 동부화재의 배당금이 동부메탈의 최악의 상황을 막고,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사수하는데 역할을 했으나 시장에선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가뜩이나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해 시장에 여러모로 불안감을 안기고 있는 오너일가가 또 다시 동부화재를 이용해 거액의 이익을 챙겨나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는 것이다.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 가운데 90%는 금융회사에 대출담보로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의 최대주주인 김 부장은 95% 수준인 995만578주(14.28%)를 대출 담보로 내놓았다. 누나인 김주원 역시 보유 주식 4.07% 가운데 99.95%를 대출담보로 잡혔다. 김 회장도 보유지분 가운데 67.38%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로 알려졌다.

총수일가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이 반가운 일이 아니다.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폭락할 경우 ‘반대매매(대출금 회수)’의 위험에 노출돼 소액주주들까지 피해를 부를 수 있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검찰 조사 건도 김 회장 일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 중에 하나다. 최근 검찰은 김 회장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에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중 일부분이 김 회장의 장남과 장녀에게 흘러 들어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금이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한편 동부그룹은 제조계열에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고, 동부그룹의 실질적인 캐시카우인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생명과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묶어 지배구조를 금융사 중심으로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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