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의 날인 지난 2013년 10월 2일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신문을 보고 있다
[시사위크=강해경 기자] 노부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주인공인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읍내 속옷 가게 주인에게 나이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가게주인이 “78세요”라고 하니 할머니는 “얼마 안 되네. 78세면 새댁이야”라며 답한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975개 조사구의 거주자인 1만 4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연령기준이 ‘75세이상’으로 답한 비율은 31.6%로 2011년(24.6%)보다 7%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빠른 고령화와 길어진 평균 수명연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구성에서도 ‘80세이상’이 2004년(16.2%)대비 4.4%p 높아진 것을 더하면 강계열 할머니의 농담이, 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노인복지정책 대상을 국민 인식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노인 개인 소득 구성 비율 중 공적연금소득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복지부는 “기초연금 지급 및 국민연금 등이 성숙된 긍정적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어 남성 노인의 흡연율이 2004년(33.6%) 대비 10.3%p 낮아진 23.3%고, 음주율도 2014년(52.9%) 대비 4.9%p 낮은 48%로 집계돼 건강행태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노인들은 외롭고 배고프고 우울하다. 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 가구가 76.6%로 10년 전보다 2.4%p 증가 했으며, 응답자 전체 중 49%는 영양관리 주의·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또한 89.2%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33.1%의 노인이 우울증상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10.9%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4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들(28.9%) 중 79.3%가 ‘생활비를 벌기위해’라고 답했다. 더군다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를 지원받는 노인은 5.4%뿐이다. 부양의무 가족들이 형식적으로 있다는 이유가 빈곤층 노인들을 밖으로 내몬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적연금소득 비중이 높아진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복지부는 실태결과를 통해 기초연금 지급, 노인일자리·건강증진 지원,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기본돌봄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전반적 생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언제 이 대책을  몸소 느끼게 될지는 의문이다. 현재 복지재정이 축소되는 추세고 당장 노인 학대와 관련한 노인복지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에선 뒷전이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계획한 추진안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하루빨리 실행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생사도 몰랐던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 지원 대상에서 빼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우울증, 자살 위험이 있는 은둔형 노인을 찾아 양지로 나오게 해야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보다 노인과 ‘함께 사는’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