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오는 4·29 재보선에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전대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한 박지원 의원과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노 성향의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동영·천정배 바람’이 무섭다. 두 사람의 탈당과 4·29 재보선 출마로 새정치연합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 관악을에 텃밭 사수까지 녹록치가 않다. 애초 기대가 크지 않았던 인천 서구·강화을과 새누리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경기 성남 중원 사정상 ‘재보선 전패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고질적 계파 갈등으로 진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또다시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걸림돌이다.

◇ 문재인과 박지원의 온도차 “논의 중” vs “상황 보고”

정 전 고문은 연일 문재인 대표를 향해 독설을 날리고 있다. 국민모임 후보로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정 전 고문의 슬로건도 ‘야권교체’다. 그는 지난 1일 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먼저 반성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데 이어 “회초리를 맞아야할 박근혜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도 작은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관악을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이 1등이다. 오히려 내가 나와서 이겨주면 고마운 것 아닌가” 반문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말을 보탰다. 천 전 장관 측의 설성현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철저한 반성과 쇄신 없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이 상황으로 몰고 간 계파 패권 기득권 정치의 중심에는 문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미지 정치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표가 묘안으로 내놓은 전직 대표급 원탁회의는 비노 진영의 김한길·박지원 의원의 불참으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여기에 동교동계까지 선거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당 안팎에선 문 대표의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에 대해 정 전 고문과 천 전 장관의 비판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공교롭게도 이번 재보선의 선거 구도는 ‘박근혜 심판’이 아닌 ‘문재인 심판’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문 대표가 “그쯤 되면 조금 정치가 허무해진다. 누구를 위한 야권재편인지 묻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전대 이후 우리 당은 크게 달라졌고, 국민들의 기대가 모아지면서 지지율도 많이 높아졌다”면서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표를 향한 비노 진영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2일 마련한 전직 대표급 원탁회의에 김한길·박지원 의원이 불참했다. 당시 문 대표는 “취임 이후 개별적으로 한 분, 한 분 뵈면서 ‘우리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당의 통합을 강조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선거지원을 요청하는 자리인 만큼 두 의원의 불참은 선거지원 거부로 읽혔다.

물론 김 의원과 박 의원은 나름의 불참 이유를 전했다. 김 의원은 감기가 심했고, 박 의원은 전남대 강연이 잡혀 있었다. 특히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도부의) 요청이 있으면 우리 당 후보들을 적극 도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박 의원이다. 박 의원은 선거지원 여부에 확답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선거철만 되면 호남을 찾고, 정작 선거가 끝나면 반호남적 언행을 보인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실제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동교동계도 문 대표에게 등을 돌린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인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재보선 지원 거부를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훈평 전 의원이 권노갑 상임고문의 선거지원 여부를 두고 즉석 거수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원이 반대 의견에 손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오는 8일 조용택 후보의 지원을 약속했던 권 고문의 광주행은 미정이 됐다. 

이에 대한 문 대표의 온도차가 작지 않다. 문 대표는 묘안으로 내세운 원탁회의에서 “동교동계 인사들과 전화를 많이 했다. 돕겠다는 분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대표는 박 의원의 회의 불참에 대해 “강연 일정을 취소하기 어려워 함께 모시지 못했지만 따로 논의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상황을 좀 보자”고 답한 박 의원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 시간이 없는 문 대표로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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