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핵협상 타결을 위한 큰 틀에 합의했다. <사진=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주요 6개국(UN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과 이란이 핵 문제 최종 합의를 위한 기본 ‘틀’에 합의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시선이 북한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 한반도 비핵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는 UN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과 독일, 이란이 협상 시한을 이틀이나 연장하면서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이란의 우라늄 원심분리기를 상업용과 연구용 6,000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플루토늄 생산량을 감축하고 모든 핵 시설에 대해 IAEA의 사찰을 받도록 했다. 서방국가들은 지난 1979년 이래 30년간 이어진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도록 합의했다.

◇ 오바마의 ‘적과의 악수’, 6자 회담 재개될까…

이로써 이란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할 전기가 마련됐다. 당장 이란은 세계 원유시장에 참가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협상 난항에 상승하던 국제 원유가는 협상 타결 소식에 다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미국이 핵확산 제동을 위해 이란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북한과의 핵협상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더구나 이번 이란 핵협상에 나섰던 중국·러시아는 6자회담의 당사국으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 '적과의 악수'를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핵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신화/뉴시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조가 ‘적과의 악수’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이란, 북한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2009년 취임 당시 밝힌 바 있다. 이후 미국은 지난해 12월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맺었고 이란과는 핵협상 최종 타결에 진전을 봤다. 오바마의 ‘업적 쌓기’라는 목적에서라도 다음은 북한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실제 이번 이란과의 핵 협상에는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협상이 길어짐에 따라 러시아와 프랑스의 외무장관이 도중 귀국했다가 오기도 했고,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경우는 아예 귀국했다.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은 무함마드 이란 외무장관과 밤샘 협상을 벌이고 이를 다른 국가에 추인 받는 형식을 취하면서 협상을 이어갔다. 미국이 의지를 보인다면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 비관론의 배경은 북한에 대한 높은 불신

반면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는 그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이란은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긍정한다. 그러나 북한은 3차례나 NPT체제를 벗어나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불신의 골이 깊다. KEDO사업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미 실패한 전례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내 정가의 사정도 문제다. 이란과의 핵협상 과정에서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는 6월 30일까지 세부내용을 두고 이란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화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정치권이 대선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될 경우 북한 핵문제는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의 핵폭탄 개발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협상”이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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