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회관 8층 비상계단에 붙은 안내문. 담당 아주머니 백.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 건물의 비상계단에서 ‘몰래흡연’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금연유도를 위해 담뱃값을 올리고 국민건강증진법을 만들어 금연 구역으로 지정한 장본인인 국회에서도 정작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의원회관의 각 층을 연결하는 비상계단에는 금연푯말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는 환경미화원 아줌마의 하소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심지어는 장문의 글을 통해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기자가 의원회관을 찾은 지난 1일에도 비상계단 흡연은 여전했다. 막 흡연을 끝낸 듯 계단에는 담배냄새가 진동했고 담배꽁초는 금연푯말을 조롱하듯 땅에 떨어져 있었다.

지나가는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비상계단 흡연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아주머니는 “날씨가 많이 풀려서 요즘은 많이 준 것 같다”면서도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복도에서 몰래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전했다.

의원회관 내 공식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6층 테라스와 옥상이다. 18대 국회까지만 해도 각 층마다 흡연실이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거치고 흡연구역은 크게 줄어들었다. 흡연자들은 잠깐의 흡연을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늘어난 셈이다.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잠시 산책할 겸 테라스에 가서 흡연을 할 수도 있지만,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잠깐의 흡연을 위해 오르내리는 게 번거로울 때가 있다”며 “일부 의원이나 시니어 보좌관들은 의원실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다. 비상계단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의원실도 있다.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고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시각각 비상계단을 돌며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느라 일이 배가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곳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마세요’라고 직접 글을 써 붙인 아주머니의 호소문이 자꾸 눈길을 끈다. 얼마나 ‘몰래흡연’이 근절되지 않았으면 ‘좀’이라는 말까지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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