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변 관련 루머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유포됐다.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주가는 급등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할 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 증권가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이 나돌았다. 증권가 정보지, 이른바 찌라시에 근거한 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뜬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소문이 퍼지자 유가증권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하며 증권시세가 출렁거렸다. 특히 삼성 주요계열사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제일모직은 이날 오후 2시 6분 장중 상한가를 치며 전날보다 9.96% 상승한 15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S의 종가도 전날보다 5.27% 상승한 26만9,500원이었다. 양사의 거래량도 전날보다 6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분 23.24%를 소유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지분도 각각 7.75%다. 삼성SDS도 개인 가운데 이 부회장의 지분이 11.25%로 가장 많다. 두 사장의 지분도 각각 3.9%다. 이 두 회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들이다.  

◇ ‘철저한 함구’가 되레 뜬소문 양산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 신변 이상설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 이득을 보려는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회장이 병원에 입원한 지 1년이 조금 안 됐지만, 이미 수차례 뜬소문이 나돌았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삼성의 지배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는 회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작전세력 개입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거래소도 혹시 모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나아가 정치·문화·사회적으로도 큰 파급력을 가진다. 이건희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뜬소문 하나로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 신변 관련 뜬소문이 자꾸 나도는 이유는 뭘까. 답은 바로 삼성 내부에 있다. 이건희 회장 관련 ‘철저한 함구’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의 이런 대응 방식이 뜬소문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부터 장기와병중인 삼성서울병원.
이건희 회장이 저체온 치료를 마친 후 그를 실제로 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은 늘 ‘카더라’식의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뇌부의 말을 빌려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또 구체적인 물증인 사진이나 영상, 음성 등은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되레 뜬소문에 군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았다.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루머는 생산되지 않고 발 붙일 틈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삼성의 이런 대응은 주주들에 대한 책임 회피와도 맞물린다. 한 기업의 총수는 말 그대로 회사의 ‘얼굴’이다. 해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주주에게는 또 하나의 정보다. 삼성은 곧 이건희 회장이다. 그러므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정보는 주주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즉,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은 그러나 지난 15일에도 몇몇 수뇌부의 말을 인용하며 주주들의 알권리마저 또 빼앗아 갔다.

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이에 대해 “삼성은 국가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시장에 대한 영향이 크다”며 “시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재 사정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권 팀장은 이어 “이건희 회장의 건강과 직결된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 경영권 승계 문제 역시 사회적으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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