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금호아시나아그룹 보안직원에게 박삼구 회장의 정보를 빼내달라고 부탁한 A씨(60)가 불구속 기소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A씨가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라는 점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 A씨가 금호아시아나그룹 보안직원 B씨(37)에게 ‘은밀한 청탁’을 한 것은 지난 2012년 초. 당시 A씨는 B씨를 만나 “박삼구 회장의 일정과 동향을 파악해 알려 달라”는 청탁과 함께 여러차례 식사와 술을 대접했다.

◇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의 개인적인 호기심 혹은 충성심? 

이후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B씨의 첩보작전이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 본관 보안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던 B씨는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56차례에 걸쳐 보안 리모컨 키를 활용해 박삼구 회장 비서실에 들어가 관련 자료를 빼돌렸고, 이렇게 얻어낸 정보(박삼구 회장의 일정이나 동향 등)를 A씨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줬다.

하지만 이들의 부적절한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장 비서실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것을 수상히 여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CCTV에 찍힌 B씨의 모습을 포착한 것.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2월 A씨와 B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관정)는 29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일정표를 빼내달라는 청탁을 받고 회장 비서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일정자료를 빼낸 혐의(배임수재, 방실침입)로 이 회사 전직 보안원 B씨와, B씨에게 이 같은 청탁을 하고 식사를 제공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 A씨(향응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를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업계는 한동안 잠잠했던 금호가 ‘형제의 난(亂)’이 재점화 되는 것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A씨가 금호석유화학에서 ‘부장’ 직급으로 활동했던 데다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라는 점에서 ‘윗선’ 즉, 박찬구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만약,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박찬구 회장은 직원을 매수해 형(박삼구)의 동향을 얻어낸 불법적인 행태는 물론,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윗선에 보고하거나 부탁을 받고 그런 것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금호아시아나 회장 비서실에서 자료를 촬영하고 있는 보안용역직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2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인 부장 A씨와 보안용역직원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종로경찰서에 접수시키고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최근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업계를 비롯한 검찰 안팎에서는 A씨가 박찬구 회장에 대한 지독한 충성심 때문이거나,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벌였을 리 만무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A씨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 직원 B씨를 접촉해 박삼구 회장의 정보를 빼달라고 청탁한 시기가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민감했던 시기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무게를 얻고 있다. 이들을 고소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도 이렇게 빼낸 정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공격하는 데 활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관계없는 일”이라며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취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면서 “A씨 사건과 관련 (박찬구) 회장님이 언급될 일도 없고, (청탁해서 빼돌린) 그런 자료가 필요할 이유도 없다. 박찬구 회장님과는 전혀 무관하고 그럴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쉽게 말해 이번 일은 회사나 박찬구 회장과는 전혀 무관한, A씨 개인적인 사건이라는 얘기다.

과연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박삼구-박찬구 ‘형제간 골육상쟁’이 또 한 번 재연될 것인지, 이들에 대한 재판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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