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 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나자, 김태호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를 업고 '선거의 왕'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공무원연금개혁 여야 합의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쉽다”고 평가절하 한 만큼,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두고 또 다시 당·청관계에 파열음이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청와대의 이 같은 기류를 예상하면서도 개혁안을 밀어붙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달라진 위상이다.

◇ ‘주객전도’, 박근혜 아닌 김무성의 혁신 된 공무원연금개혁

지난 3일 여야는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기존 7%에서 9%로, 지급율은 기존 1.9%에서 1.7%로 변경하는 개혁안에 최종합의하고 오는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 내고 덜 받는다’는 공무원연금개혁의 기본 취지는 살렸다는 평가다. 불만족스러울지언정 박 대통령이 개혁안 자체를 거부하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이다. 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의 절감분 20%를 국민연금에 투하,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늘리기로 추가 합의했다. 청와대는 “월권”이라고 반발했고, 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국민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어깃장을 놨다.

이 같은 청와대의 반응은 충분히 사전에 예상됐던 바다. 여야 합의를 앞두고 청와대에서는 반대기류가 명백했다. 개혁안 자체도 불만족스러운데 완전 다른 사안인 국민연금에 손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여야 합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 여야 합의안은 김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의미와 다름없다.

▲ 공무원연금개혁 여야합의 중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부담이 큰 만큼 반드시 사전에 국민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이 권력이동의 척도

여야 합의가 끝나고 김 대표는 “원안보다 다르게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국민대타협기구와의 합의 정책이 중요하다”며 “19대 국회에서 이룬 가장 큰 쾌거”라고 호평했다. 4일 최고위원회에서는 “많은 비판에 대해 공감하고 겸허히 수용한다”고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한쪽이 100% 만족할 수 있는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 차선이 어려우면 차차선을 선택하는 게 정치협상”이라며 여야 합의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가 청와대와 공식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이견차를 피력한 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그간 김 대표는 내부적 갈등은 있었을지언정, 외부적으로는 청와대 2중대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해 7월 당대표에 취임한 김 대표는 ‘개헌봇물론’을 말했다가 급히 말을 주워 담았고, 공무원연금개혁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직접 대표발의까지 하면서 청와대와의 충돌을 피해왔다. 올해 초 불거진 ‘정윤회 파문의 배후는 K-Y’라는 수첩파동 정국에서도 “억울한 누명”이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이다. <관련기사 : 외줄 위의 김무성, 이 남자가 살아남는 법>

그랬던 김 대표의 180도 다른 행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4.29재보선의 완승으로 김 대표가 자신감을 얻었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 실제 4.29재보선은 김 대표의 정치적 승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부터 선거운동까지 꼼꼼히 챙겼던 김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자 박 대통령과 긴급 회동을 갖는 등 악재수습에 최선을 다했다. 재보선의 결과가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나오자, 언론이 김 대표를 박 대통령 보다 더 비중있게 조명한 이유다. <관련기사 : [재보선, 여 ‘대승’ 야 ‘참패’] 박근혜-김무성 관계 수평이동>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여야 합의에 따라 출범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실무기구로 모아진다. 박 대통령이 반대의사를 밝힌 만큼, 합의안에 서명한 김 대표와의 힘겨루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실무기구 출범과 조정은 향후 당청 관계, 나아가 미래권력으로의 이동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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