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계열사 10개사가 1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해 사실상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자질 논란이 인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 14개사 가운데 전분기보다 실적이 호전된 곳은 단 4곳이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년간 지구 한 바퀴를 돈 이재용 부회장의 광폭행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의 두 가지 경영 목표인 ‘현 사업 유지’와 ‘미래 먹거리 찾기’에서 벌써 한 가지를 놓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 14개사 가운데 10곳 전분기보다 실적 악화

지난 11일까지 실적 발표를 한 삼성그룹 계열사는 모두 14개사다. 이 가운데 단 4곳만이 실적이 개선됐다. 해당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호텔신라, 삼성화재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 47조1,200억원 영업이익 5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S6시리즈와 같은 신제품 출시로 수익성이 개선돼 2분기 연속 실적이 호전됐다. 반도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기의 매출은 1조7,765억원 영업이익은 608억원이었다. 스마트폰 부품과 통신모듈 판매 증가에 따른 성과다. 호텔신라는 매출 8,285억원 영업이익 336억원이었다. 매출은 2013년 4분기 저점을 찍은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4조3,064억의 원수보험료에 당기순이익 2,937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실적이 악화된 삼성의 계열사 몇몇의 실적은 참담했다. 먼저 삼성정밀화학은 올 1분기 매출 2,748억원에 영업손실 88억원을 기록했다. 정기보수로 인한 일시적인 비용 증가와 가동률 하락, 판매물량 감소가 영업손실을 불러왔다.

제일모직의 실적도 참담했다. 1분기 매출 1조2,728억원에 영업이익 60억원이었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92.3% 줄었다. 비록 영업손실은 면했으나 시장 전망치 영업이익 450억원대와는 차이가 컸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의 겨울철 상품 판매 부진과 레저산업의 새로운 어트랙션(고객 유인 기구) 도입 준비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 때문에 시장 기대치와 차이가 컸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의 소재 부문과 실적을 합계해 발표한 삼성SDI 역시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81.7% 감소했다. 매출 1조8,659억원에 영업이익은 68억원에 불과했다. 전지사업 부문의 시설투자 증가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이 같은 실적이 나온 것으로 삼성SDI는 설명했다.

삼성물산도 전분기 대비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5.4% 쪼그라들었다. 매출은 6조1,076억원 영업이익은 488억원이었다. 삼성물산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트레이딩 매출이 줄고, 대형 고수익 프로젝트 종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전분기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 가운데 삼성중공업(-74.1%)과 삼성SDS(-30.19%)가 두드러진다. 각각 드릴십 매출 감소와 공공·대외 금융시장 철수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 이재용 부회장의 굵직한 의사결정은 승계를 위한 것으로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을 챙기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인다.
◇ 성과 위주 사업 재편에 의사결정은 ‘승계’ 중심

삼성그룹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자질 논란과 맞닿는다. 단기간의 성과로 섣불리 판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사실상 ‘이재용 체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 1분기 실적 역시 그의 몫이다.

그룹의 ‘대장격’인 전자에만 주력하고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무관심 내지 방임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건희 회장이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을 펼쳤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여기에 M&A를 추가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술력 있고 성장 가능한 기업을 인수해 단시간 내에 실적을 내려 한다는 풀이다.

해외 유망 사물인터넷(IoT) 업체들 인수와는 달리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지 않는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데서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으로까지 비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헬스케어산업과 IoT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산업이 성과를 내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미래 먹거리로의 사업 재편을 하면서 현 사업 유지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인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체제’가 승계에만 초점을 맞춰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의 몫을 챙기지 못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업이 존속 가능하게 한 이들을 챙기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굵직한 의사결정은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것으로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 연구위원은 또 “이재용 부회장은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승계 과정에서 (짐짓 모른 체) 한 발 물러서 있다”며 “아버지와 가신들이 만들어 놓은 수혜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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