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영 능력에는 합격점을 주는 반면,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에게는 실적 개선을 요구한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 1년이 지났다. 이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주식가치는 급증했다. 3남매의 경영권 승계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진·서현 두 사장 역시 삼성그룹 재편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 두 자매의 경영성과와 향후 이들의 역할을 들여다봤다.

◇ 이부진, ‘리틀 이건희’… 추진·결단력 겸비 평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별명은 ‘리틀 이건희’다. 아버지를 닮은 경영스타일 때문이다. 여기에 추진력과 결단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경영인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평한다.

실제 이부진 사장이 취임한 2010년 이후 호텔신라의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은 3조원에 육박한 2조9,08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1,389억원을 올려 전년도(865억원)보다 40% 이상 뛰었다. 올 1분기에도 8,285억의 매출과 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과감한 사업 추진도 눈에 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10월 홍콩 마카오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올해에는 미국 면세기업 ‘DFSS’도 인수했다. 또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2016년까지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내면세점 선정에서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으면서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 이서현, 과감한 사업추진… 실적 개선 필요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지난 1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3월에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전격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서현 사장은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삼성이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할 때 핵심 역할을 수행할 제일모직이다.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서현 사장의 경영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패션사업 부문에서 괜찮은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패션부문 잠정실적은 매출 4,632억원에 영업이익 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258억원이 날아갔다. 제일모직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겨울철 상품 판매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일모직 전체의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시장전망치 450억원대와는 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업 추진은 과감하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토종 브랜드인 빈폴 아웃도어와 에잇세컨즈 등을 내놓았다. 또 기능성 의류 연구개발과 투자를 위해 ‘K패션 리더십’도 내세웠다.

▲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삼성의 승계 작업이 진행돼 이부진·서현 자매의 역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부진·서현 자매 승계 과정 역할 없을 듯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식자산 승계율이 가장 높아진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2014년 1월 22.2%에서 47.5%로 25.3%p나 급증했다. 이 중심에는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가 자리한다. 이들의 주식가치는 3조6,940억원에서 12조3,680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이부진·서현 자매의 제일모직·삼성SDS 지분은 각각 7.75%, 3.90%로 똑같다. 이부진 사장의 주식가치는 1년 3개월여 만에 6,190억원에서 2조3,34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서현 사장 역시 4,840억원에서 2조2,360억원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3남매에 대한 경영권 승계가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두 자매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부진·서현 자매가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이재용의 전자·금융, 이부진의 호텔·상사, 이서현의 패션·미디어라는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2세 가운데 이인희 고문의 한솔그룹,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그룹처럼 계열 분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채 연구위원은 “길게 보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계열 분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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