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S의 보호예수가 14일부터 풀렸다. SDS 지분 19.05%를 소유한 이재용, 부진, 서현 3남매의 지분 처분 방식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삼성SDS에 대한 매각제한조치(보호예수)가 14일 풀리면서 삼성가 3남매의 지분 처리 방식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관전 포인트는 지분을 처분해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상속세를 마련하느냐 마느냐다. 하지만 삼성은 “현금화할 계획이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이런 일축에도 삼성SDS가 3남매의 ‘돈줄’로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 삼성 3남매 SDS 지분 19.05% 소유

삼성SDS는 지난해 11월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1.25%)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각각 3.90%)의 개인 지분이 많아 상장 추진 시점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기관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는 데 453조원이 몰렸다. 일반 투자자 대상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134대1이었다.

투자자들의 이 같은 관심은 3남매를 비롯한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등 대주주의 지분이 60.59%에 달해 향후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3남매가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 지분을 처분해  승계 과정에 필요한 ‘돈줄’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 관련 지분을 상속 받을 때 내야하는 상속세는 약 6조원으로 추산한다. 이 돈을 마련하는 데 3남매 등이 SDS의 지분을 팔아 충당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14일 현재 SDS의 주가는 26만6,000원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지분 870만4,312주를 처분하면 2조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한다. 앞서 그는 1999년 주당 7,150원에 SDS 지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부진·서현 자매의 지분 603만7,718의 지분까지 보태면 3남매의 차익은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시장은 지분을 처분해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삼성은 그러나 이에 대해 “당장 현금화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가격에 SDS 지분을 매입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보호예수가 끝나자마자 바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는데 굳이 뒷말이 나오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가 3남매가 당장 SDS 지분을 처리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 “단기간 내 처분 등 움직임 없을 것”

NH투자증권의 김동양 연구원은 “삼성SDS의 대주주 보호예수 종료에 따른 시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주주 일가 보유 지분과 상속 지분의 일부를 처분하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단기간 내 삼성SDS 관련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향후 시장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SDS의 고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정당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속 개시 시점까지 SDS의 이익을 개선하고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6조원이 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속 개시 이후 마련하면 되고, 또 그래야 대의명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양 연구원은 SDS와 관련한 시장의 예상 시나리오를 대주주 지분 매각, 삼성전자와의 합병, 대주주 지분 담보대출 3가지로 꼽았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먼저 SDS 지분을 매각하면 상속세 재원 확보는 용이하다. 하지만 SDS 비지배주주(41.2%)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소멸 우려에 따른 반발 가능성이 있다. 시장 매각 대신에 삼성전자에 매각하면 프리미엄 소멸 우려는 감소할 수 있으나, 삼성전자 비지배주주(70.8%)의 고밸류에이션 지불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합병으로 SDS 대주주 일가 지분을 삼성전자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상속세 재원 마련과는 멀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법은 지분 매각 없이 일정 수준의 상속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담보율 60%, 이자율 8%로 가정하면 연 1,800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를 배당 수입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낮고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방법은 한시적 수단에 불과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3남매가 당장 SDS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지배구조 밑그림이 명확해진 후에 지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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