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구속된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직권남용, 뇌물수수,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두산엔진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두산엔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두산엔진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범훈 전 총장은 현재도 그 직을 유지하고 있다. 박범훈 전 총장은 앞서 지난 8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구속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외이사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MB정부 시절 청와대교육문화수석이기도 한 그는 두산그룹으로부터 금품과 각종 특혜를 제공받고, 중앙대의 중점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 등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대는 박범훈 전 총장이 재임(2005~2011년) 중이던 지난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됐으며,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이때부터 중앙대 이사장을 맡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학내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앙대 구조조정에 앞장섰던 박범훈 전 총장은 임기를 마친 2011년 청와대로 들어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교육문화수석을 맡았다. 그리고 중앙대는 박범훈 전 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임할 당시 본교·분교 통합, 적십자간호대 인수 등 역점사업을 성사시켰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에 각종 비리가 있는 점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검찰은 두산그룹이 박범훈 전 총장에게 제공한 금품 및 특혜 중에 ‘두산엔진 사외이사직’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두산엔진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범훈 전 총장은 내정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국악인 출신인 그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 성희롱 논란과 정치적 배경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또한 두산그룹이 중앙대 인수와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한 박범훈 총장에게 일종의 ‘전관예우’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두산엔진 측은 당시 이 같은 의혹과 문제제기에 대해 “두산엔진과 중앙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박범훈 사외이사는 총장으로서 경영과 행정에 실무경험이 있어 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절차는 문의했지만…”

물론 박범훈 전 총장이 두산엔진 사외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현재로선 ‘혐의’를 받고 있는 단계일 뿐,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산엔진 관계자 역시 “구속이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판 결과가 유죄로 나온다면 이사회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지만, 본인이 사퇴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로선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범훈 총장의 ‘두산엔진 사외이사직’은 그 자체가 그의 주요 혐의 중 하나다. 두산엔진 사외이사직이 특혜성으로 주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 또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범훈 전 총장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재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며, 이 기간 동안 정상적인 사외이사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엔진 관계자에 따르면 박범훈 전 총장은 사외이사 사퇴 절차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엔진 관계자는 “박범훈 사외이사 측은 구속 직후 사외이사 사퇴 과정에 대해 문의해 왔다. 다만 아직은 사퇴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외이사 사퇴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사퇴서와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회사 측에서 이를 공지하고, 이사회는 절차에 따라 후임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그러나 구속된 지 2주가 지나도록 박범훈 전 총장은 두산엔진 사외이사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두산엔진 사외이사는 총 6명이며 지난해 1인당 평균 6,5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박범훈 전 총장은 사외이사 선임 이후 진행된 11차례의 이사회 중 3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석했으며, 총 15개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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