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총리 후보자 내정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와의 서열이 역전됐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총리 후보자 내정으로 최경환·황우여 부총리와 서열이 180도 역전됐다. 8년 만의 50대 젊은 총리가 내정됐지만, 정치권에 잔뼈가 굵은 두 부총리를 지휘해 국정을 이끌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관전 포인트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향후 최경환·황우여 부총리와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에 모아진다.

박근혜 정부의 현 내각은 국무총리 밑에 경제부총리와 사회·교육부총리가 밑을 받치는 ‘트로이카’ 체제다. 따라서 국무총리의 지휘에 부총리들이 일사분란하게 따라야 원활한 국정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제까지 자신에게 보고를 했던 젊은 총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서열파괴가 일어났다. 문제는 서열파괴의 피해자가 한명은 ‘정권의 실세’요, 다른 한명은 ‘법조계 대선배’다.

◇ 서열파괴 감안, “업무분장 이뤄질 것”

정치권에서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세를 꼽으라면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최 부총리는 경제전반을 총괄하며 부동산 정책, 노동 정책과 기준 금리까지 관여하며 실세로 자리 잡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 “기재부가 전에도 갑이었지만, 지금은 공무원 사이 갑 오브 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최 부총리의 힘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하고 장기 공백상황에서도 최 부총리는 총리 직무대행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공무원들 사이 총리 공백을 잘 느끼지 못했다는 증언에 비춰봤을 때, 최 부총리가 얼마나 국정을 잘 장악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세라는 것뿐만 아니라 나이에서도 최 부총리는 올해 60으로 58세인 황 후보자 보다 2살이 많다. 황 후보자가 최 부총리의 이른바 ‘윗선’으로 군림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 같은 측면에서 황우여 부총리도 만만치 않다. 황 부총리는 올해 68세로 무려 10살이 많다. 무엇보다 황우여 부총리는 사법시험 10회 출신으로 황교안 후보자에 비해 13회 선배다. 법조계가 기수를 따져가며 위계서열을 엄격히 지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 후보자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내부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분담이 잘 이뤄질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청와대도 이런 우려를 모두 감안하고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충분히 내부 조율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이완구 전 총리가 정무와 경제, 사회를 두루 포괄했다면 이번에는 업무분장이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 최경환·황우여의 조기 여의도 복귀와 대폭 개각설 ‘솔솔’

기류는 청와대의 황 후보자 내정 이유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황교안 내정자는 검찰 내 주요보직을 거쳐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라며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한정해 설명했다. 앞서 이완구 총리 인선 배경에 대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효과적인 추진과 공직사회의 기강확립, 대국민봉사와 소통에 적임자”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열 역전 현상의 후폭풍으로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의 조기 여의도 복귀와 큰 폭의 개각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한 두 사람은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내년 초까지는 사퇴해야 한다.

지역구 상황 등 현실적 요소를 감안하면 올해 중 사퇴가 유력하다. 여기에 유기준·김희정 등 현역의원과 겸직 중인 다른 장관들까지 사퇴한다면 큰 폭의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최경환, 황우여 두 분은 총선에 출마할 것 같으면 언젠가 돌아온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선 이 같은 대폭의 개각설이 흘러나오는 것에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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