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포스코 비리에 대한 수사가 80여일 간 실시됐으나,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항에 빠졌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보수언론부터 ‘용두사미’라며 검찰의 수사가 꼬리자르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이 같은 사정수사 쇼가 ‘국민기업 포스코’의 재탄생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포스코 정경유착 수사의 핵심고리였다. 2009년부터 2012년 재직당시 정동화 전 부회장은 국내외 건설공사 현장에서 100억대 비자금 조성에 묵인 또는 개입한 혐의뿐만 아니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MB측근 등 이른바 ‘윗선’의 연결통로였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80여일 간의 수사결과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나오면서 수사는 검찰의 ‘사정쇼’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법원도 기각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는 원론적인 것이 아닌 ‘범죄혐의 소명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한 마디로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 정경유착으로 속 빈 강정 된 포스코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26일 정동화 전 부회장에 대한 추가 혐의를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사정수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번지면서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하는 등 이미 동력이 상실된 분위기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뻗어나갈 기회를 상실, ‘꼬리자르기’에 그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포스코와 정치권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경우, 포스코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도약도 어려워 질 것이라는 데 있다. 최근 포스코는 창사 이래 지금을 가장 큰 위기로 보고 있다. 권오준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사장단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사즉생’의 각오로 철강업계 불황과 대내외 악재를 뚫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철강업계 불황이나 경제사정도 포스코의 경영난을 초래한 원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정치권력의 개입이라는 사실이다. 97년 IMF사태 이후 민영화 수순을 밟은 포스코는 이후 정치권력에 따른 부침이 심했다. ‘오너’가 따로 없고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정치권력의 입김을 강하게 받은 것. 포스코의 역대 회장들도 장기적 관점의 경영보다는 당장 정권에 줄대기를 하거나 눈치보기로 직위 유지에 급급했다.

▲ 국민기업 포스코는 정치권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부실화가 시작됐다. 2014년 매출은 크게 증가했으나 부채도 따라 증가했고, 오히려 영업이익과 단기순이익은 2008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이 과정에서 포스코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돼 갔다. 특히 MB정권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정준양 전 회장 당시 지표가 가장 극적이다. 정 전 회장 취임 전인 2008년 포스코의 연결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은 41조7,426억에 영업이익은 7조7,739억, 당기순이익은 4조3,501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 기준 포스코의 매출액은 65조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2,135억에 당기순이익은 5,566억으로 크게 떨어졌다.

◇ 포스코 수사,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척결 시험대

반면 같은 기간 18조였던 포스코의 부채는 현재 40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2007년 10월 76만5,000원의 고점을 찍은 이후 2014년 5월 26일 기준 24만8,500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속이 꽉 찬 알짜기업에서 덩치만 커진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포스코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려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스코의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포스코는 태생부터 국민기업이었고, 현재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배상을 했다는 근거인 ‘대일청구권’ 자금이 바로 포스코의 창업자금이다. 국민의 눈물위에 세워졌고, 이후에도 국민의 혈세를 먹고 성장했다는 점에서 ‘국민기업’이나 다름없다.

명분을 떠나 실질적인 면에서도 포스코는 국민기업이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려온 국민연금관리공단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노후를 포스코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기금 고갈문제가 최근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의 재도약은 일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정경유착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박근혜 대통령은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을 화두로 던졌다.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을 총리후보자로 내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후보자의 부패척결 선언은 검찰의 포스코 수사결과에서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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