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 신임 사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이승훈 교수(왼쪽)와 최기련 교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차기 사장 후보군이 2명으로 압축됐다. 오는 19일 이사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할 계획인 가운데,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 수장 공백 5개월, 차기 가스공사 사장은?

압축된 2명의 가스공사 사장 후보는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와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다. 서울대 동문인 두 사람은 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승훈 교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8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또한 1997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구조개편추진위원장, 1999년 산업자원부 민영화연구기획팀장, 2000년 한국산업조직학회·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 2010년 전력산업연구회·나라발전연구회 이사장, 2010∼2014년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을 등을 역임했다.

최기련 교수는 서울대 자원공학과 출신으로, 프랑스 그르노블대에서 에너지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아주대 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가스공사는 현재 5개월가량 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장석효 전 사장이 지난 1월 비리혐의로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종호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학자 출신의 전문가 2명이 가스공사 사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것은 여러 배경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 자리를 노리는 정치권 인사들이 드물고, 꾸준히 제기되는 관피아 논란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부출신인 장석효 전 사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인해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진 상태였다.

◇ 유력한 이승훈 후보자, 낙하산·고령·민영화가 ‘쟁점’

▲ 한국가스공사.
하지만 가스공사 사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두 사람 역시 낙하산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공교롭게도 이승훈 교수와 최기련 교수는 모두 현 정권과 밀접한 대구 출신이다.

특히 유력 후보자로 꼽히고 있는 이승훈 교수는 박근혜 정권의 싱크탱크로 활동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010년부터 4년간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공동체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안민정책포럼은 박근혜 정권의 이념적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이승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고령이라는 점도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다. 박근혜 정권은 비교적 고령의 인사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임명 당시 75세였고, 68세에 국정원장 자리에 오른 이병기 현 비서실장은 69세에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정홍원 전 총리(임명 당시 70세)도 대표적인 ‘올드보이’였고,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호 현 국정원장은 임명 당시 각각 70세와 76세였다.

1945년생의 이승훈 교수는 올해 71세, 1947년생의 최기련 교수는 올해 69세다. 두 사람 중 누가 사장 자리에 오르든 역대 최고령 사장이 될 예정이며, 이승훈 교수의 경우 역대 최초 70대 사장이 된다.

물론 가스공사 사장 자리엔 나이 제한이 없다. 또한 고령의 나이를 무조건 단점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그동안 쌓인 경험과 전문성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 출신이라는 점과 과거 행보, 고령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현 정권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노조 역시 이승훈 후보자를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일 뿐 아니라, 과거 전력분야의 민영화를 추진한 ‘시장주의자’라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관계자는 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이승훈 후보자를 낙점해 놓고 공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승훈 후보자는 현 정권에서도 많은 역할을 한 낙하산 인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이승훈 교수는 과거 전력사업구조개편 추진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다”라며 “공공성이 중요한 공기업 사장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스공사지부는 지난달 28일 두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냈으며 답변 여부 및 내용에 따라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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